▲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대법원 2014다20875 해고무효확인

1. 대법원 판결 요지


2014년 11월13일 대법원 3부(생산직 사건 주심 박보영 대법관, 사무직 사건 주심 김신 대법관)는 쌍용자동차가 2009년 6월8일 단행한 정리해고에 대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해고회피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① 당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신규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점 등 유동성 위기가 인정되고 ②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사용가치가 과소평가된 것이 아니므로 유형자산손상차손도 과다계상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쌍용차의 경영위기는 상당기간 신규설비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한 계속적·구조적 위기라고 봤다. 나아가 ④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경영판단의 문제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데, 모답스기법 등을 활용해 적정한 인력규모를 산출했고(사무직은 경쟁사와 비교) 각종 생산성 지표가 상당히 악화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인 노사 대타협으로 해고인원이 축소됐다는 사정만으로 애초의 인력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⑤ 2009년 8월6일 무급휴직은 극심한 노사 대립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고, 부분휴업·임금동결·순환휴직·사내협력업체 인원축소·복지중단·희망퇴직 등 해고회피 노력도 다했다고 봤다.

2.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


가. 유동성 위기 관련
대법원은 당시 쌍용차가 담보를 활용해 금융권으로부터 신규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산업은행의 대출 거절을 들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는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이나 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 자산매각 후 리스 등 민간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법원은 2009년 1월 당시 가용한 현금이 74억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명백한 사실오인이다. 이는 쌍용차의 회생절차개시신청으로 인해 기존 대출계약이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고, 실제로 회생절차 개시신청 직전 현금보유액은 452억원에 달했다. 또한 2008년 12월31일 현재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영업 관련 유동자산이 지급해야 할 영업 관련 유동부채보다 1천억원 이상 많았다는 것은 쌍용차의 재무제표상 명백한 사실이다. 결국 쌍용차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사기로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함에도,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제대로 심리하지도 않은 채 너무나 간단히 쌍용차의 유동성위기를 인정했고 이를 완화할 수단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 유형자산 손상차손과 재무건전성 위기 관련

대법원은 쌍용차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기존 차종을 단종 없이 계속 생산한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현금흐름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쌍용차가 2008년 유형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하기 전에도 이미 1천8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재무적인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 신차였던 C200(코란도C)의 경우 거의 개발이 완료돼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최소한 이와 관련한 매출수량은 반드시 추정됐어야 하며,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에 의하더라도 기존 차종의 경우 모두 공헌이익이 양(+)이었으므로 계속 생산돼 판매되기만 한다면 반드시 미래현금흐름 증가로 이어진다. 아울러 원심 판결에서도 지적했듯이 신차종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구차종의 계속판매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계속기업의 가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유형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부채비율이 561%에서 187%로 떨어지게 되고, 2007년을 제외하고는 2009년 전반기까지 계속 양(+)의 영업현금흐름을 유지했으므로 영업만으로도 이자비용 등을 감당하며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만연히 쌍용차의 재무건전성 위기를 인정한 것이다.

다. 쌍용자동차 경영위기의 성격 관련

위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 있다고 봤고, 이는 상당기간 신규설비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한 계속적·구조적 위기라고 봤다. 그러나 쌍용차는 2008년 이전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2005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었고, 신차종 개발도 예정돼 있었다. 2008년 들어서 국제 금융위기, 경유가격 인상, 유럽 환경규제 등이 중복적으로 작용해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있었던 2009년 6월 이후에는 문제의 원인(금융위기, 유럽 환경규제, 경유가격 인상)들도 개선되기 시작해 매출 회복이 기대됐다. 특히 2009년 중반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확대 지원책이 시행됐던 점을 보면 더욱 기대할 만했다. 쌍용차가 근거 없이 정리해고를 하면서 발생한 갈등(이를테면 점거파업 등)으로 그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라. 인력구조조정 규모 산정 관련

대법원은 인력구조조정 규모도 모답스기법 등을 활용해 적정하게 산정됐다고 봤다. 그러나 모답스기법 등을 활용해 어떻게 구조조정 규모를 산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레이아웃을 검증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었음에도 위와 같이 인정했다. 원심 법원에서 모답스기법 등을 활용해 구조조정 규모를 어떻게 산출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 것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대법원이 반대로 인정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각종 생산성 지표를 봐도 쌍용차가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봤으나 매출액 기준이 아닌 영업비용 중 인건비를 기준으로 비교함이 타당하며, 매출액 기준으로 한 지표를 보더라도 국내 최우량 기업인 현대·기아차에 비해 일부 나쁜 점은 있었지만 정리해고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대법원 쟁송과정에서 쌍용차는 그 주장을 스스로 변경해 교대조 감축(2교대→1교대)이 인력구조조정 규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인정했음에도 대법원이 이에 대해 전혀 판단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

마. 해고회피노력 관련

대법원은 정리해고 이후 이뤄진 무급휴직 조치들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며 부분휴업·임금동결 등의 조치가 이뤄졌으므로 해고회피노력도 다했다고 봤다. 그러나 해고회피노력을 다했는지 여부는 정리해고 이후인 8월6일 노사합의로 무급휴직을 실시할 당시 쌍용차가 어떠한 고려를 했는가라는 주관적 사정이 아니라,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인 6월8일을 기준으로 무급휴직 조치가 정리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조치였는지 객관적으로 판단돼야 함에도 대법원은 이를 간과했다. 또한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보고서(삼정KPMG 및 삼일)도 정리해고 후 1~2년 뒤부터 상당수의 신규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므로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정리해고 없이 버틸 수 있었다. 실제로 쌍용차지부가 이를 제안(5+5)했는데도 쌍용차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2009년께 정부가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제안했다는 점에서도 쌍용차의 이러한 태도는 위법성이 크다.

3. 이후 대응

환송받은 법원은 변론을 거쳐 새로운 혹은 보강된 증거에 의해 본안의 쟁점에 대해 새로운 사실 인정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긴 경우에는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은 미치지 않는다. 또한 쟁점이 되지 않았던 주장도 새로 할 수 있다. 유동성 위기, 유형자산손상차손 및 재무건전성, 인력구조조정 규모 산정 등에 관한 대법원 판단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입증을 하면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쌍용차는 2006~2008년간 무려 3회에 걸쳐 전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다. 쌍용차의 정리해고는 이러한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다. 더군다나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각종 보고서들도 1~2년 후 신규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므로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한 상황이었고, 쌍용차지부도 이를 적극 제안했음에도 쌍용차는 오히려 이에 반대되는 조치(교대조 감축)를 했다. 이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판단을 다시 받아 낼 것이다.

*각주
1)대법원 2014다20875·20882 판결
2) 대법원 2012다14517 판결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