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13일 대법원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판결을 내렸다. 결과는 서울고법 판결과 달리 파기환송이었다. 피고 쌍용차는 1심과 2심에서 각각 판이하게 다른 감사조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까지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5천177억원의 유형자산손상차손 금액과 일치하는 감사조서를 내놓지 못했다.

피고와 피고측 대리인은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까지 계속 진술을 번복했다. 마지막 서면에서는 신차종 판매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감안했다는 '술을 먹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웃지 못할 발언마저 했다.

소송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판결문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런 판결을 했는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고노동자 손을 들어주고 싶어도 기존 법리상 방법이 없었다"는 대법원이 과연 어떤 판단을 했는지 말이다.

대법원이 보도자료에서 강조하고 있고, 언론이 기사에 인용하는 대목을 보자. 대법원 판결문 제7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놀랍게도 이 내용은 원고(해고노동자)측이 줄곧 주장한 내용이다. 원고측은 피고(쌍용차)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을 바탕으로 유형자산손상차손 금액을 계상해야 한다고 설명해 왔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과 일치하는 내용이며 2심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 내용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위 대법원의 판시를 보면 미래 예측치를 사용함에 있어 피고 쌍용차 경영진의 판단을 중시하라는 뜻으로 읽을 것이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서에도 "현금흐름은 경영진이 승인한 최근의 재무예산·예측을 기초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나아가 실제 쌍용차의 판매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등을 맞아 8만여대로 감소했지만, 그 이전에는 안정적으로 12만여대의 실적치를 기록해 왔다.<표1 참조> 피고의 판매계획이 크게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함에도 안진회계법인은 판매계획 대비 무려 64%를 삭감한 채 유형자산손상차손을 계상했다.<표2 참조>

현금흐름 추정기간인 2009년 이후 5년간 신차개발 및 판매는 없을 것이며, 신차종 개발이 없다 하더라도 기존 차량 또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같은 진술은 명백히 계속기업가정에 대한 위반이다. 문제가 된 2008년 쌍용차 감사보고서 특기사항에서 안진회계법인은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작성됐다"고 서술하고 있다.

재무회계 개념체계를 보면 '계속기업 가정'이란 기업실체는 그 목적과 의무를 이행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장기간 존속한다고 가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실체는 그 경영활동을 청산하거나 중대하게 축소시킬 의도가 없을 뿐 아니라 청산이 요구되는 상황도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계속기업 가정을 따르면 7개의 차종을 생산하던 회사가 어느 때부터 4개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차종의 생산마저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고등법원 판결문에 그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천만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안진회계법인이 급격한 판매량 축소의 두 가지 원인으로 제시한 신차종 개발 및 판매 중단과 구차종 생산 중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 생뚱맞은 주장일 뿐이다.

첫째, 쌍용차 액티언의 후속 모델인 C200(현재의 코란도C)은 당시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사업보고서를 비롯한 공시자료에서도 그 윤곽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2011년 초 출시가 됐다. 마찬가지로 액티언 스포츠의 후속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도 2012년께 출시됐다. 신차종 개발 및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둘째, 신차종 개발이 불가능하다면 구차종을 계속 판매해야 할 텐데,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기존 차종을 단종 없이 계속 생산한다고 하여 그것이 미래 현금흐름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를 살펴봐도 기존 차종을 계속 생산하면 공헌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찾아보자면 2심 감정인의 진술이었다.

감정인은 2심 법원에 제출한 감정보고서에서 '신차'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1차 감정인 신문 당시 "감정인은 그 당시에 신차종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했으며, "신차종의 유무가 유형자산손상차손 금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러한 진술이 안진회계법인의 유형자산손상차손을 과다하게 계상한 것이라는 판단이 들자 2차 감정인 신문 당시 구석에 몰린 처지에서 한 말이 위의 "기존 차량을 계속 생산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은 내려졌다. 판결문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고의 진술은 서면을 제출할 때마다 바뀌었다. 일관되지도 않았다. 대리인은 저마다 제각각의 진술을 했다. 어떤 대리인은 “신차종 판매는 없었다”고 말했고, 어떤 대리인은 “신차종 판매가 있었다”고 밝혔다. 2천600여명을 해고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이 된 삼정 KPMG의 보고서에서는 2011년께 해고 인원 중 50% 안팎은 복직돼야 회사가 정상가동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타난다.

이런 피고들의 거짓말 속에서,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른 주장 속에서, 한 조각 한 조각 모아 짜깁기 판결문을 작성한 대법원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니, 조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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