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전기 통신사업부에서 22년째 일한 김민철(55·가명)씨는 지난달 31일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하면 450만원의 위로금을 못 받고 쫓겨나기 때문이다. 사실상 권고사직인 셈이다.

김씨는 올해 12월31일이면 삶의 일부인 회사를 떠나야 한다. 작은 공장에서 일하다 33살에 일진전기에 입사했다. 광케이블 인터넷망이 전국으로 보급되던 90년대 후반 회사는 호황을 맞았다. 김씨도 특근을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 중국 제품이 유입되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회사는 통신사업부를 통째로 정리하겠다고 통보했다. 일진전기 반월공단노조가 "주야 2교대를 3교대로 전환할 테니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씨는 "요즘 퇴직 이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최근에야 가족에게 희망퇴직 얘기를 털어놓았다. 아들은 "고생하셨으니 이제 그만 쉬셔도 된다"고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김씨는 쉴 수 없는 처지다. 둘째 아들이 대학에 다니는 데다, 올해 수능시험을 본 막내 아들은 내년에 대학에 가야 한다. 아들 3명을 키우다 보니 은퇴준비는 언감생심이다.

김씨는 “50살이 넘은 나이에 하청업체에 취직도 할 수 없고, 지금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막내 아들이 졸업할 때까지 5년 남았으니 회사가 정년까지만 일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대에 입사한 뒤 회사에 청춘을 바쳤는데 회사는 잘나갈 때 생각은 하지 않고 조금 어려워지니까 직원을 자를 생각부터 하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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