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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와 청소년 노동자
최영주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영화 <카트>에 비친 여성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아들인 태영이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개인적 이유 때문이든 생계 때문이든 아르바이트와 같은 비정규 노동자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의 노동조건은 형편없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최근 3년간 청소년 다수고용 사업장 7천708곳 가운데 무려 87.4%에 달하는 6천736곳에서 2만5천665건의 위반내용을 적발한 사실이 밝혀졌다.

청소년유니온에 따르면 연회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청소년의 경우 88%가 연장근로수당(가산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을 못 받고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거나 부당대우를 경험했다.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이들 대다수가 참고 계속 일하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공식적인 대응을 택하는 청소년 노동자는 거의 없다.

왜 이런 일이 수차례 지적되고 고발되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걸까. 우리 사회에서 노동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기업은 이윤추구를 중시하며, 기업에서 사용자가 갑이고 노동자가 을인 잘못된 노사관계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약자라면 비정규 노동자는 더 약자이고, 청소년 비정규 노동자인 아르바이트생은 더욱더 약자다. 약자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특히 청소년 노동자들은 노동법에 관한 지식이 없는 데다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다 보니 대응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영화 <카트>에서 아르바이트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청소년 노동자는 그 억울함을 편의점 유리창을 깨는 것으로 표현한다.

청소년 노동자들은 어떤 것이 정당한지 잘 모른다. 게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기에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 노동법이나 노동인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교과서를 보니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복지와 관련해서 노동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정작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법 같은 노동에 꼭 필요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영국은 ‘시민교육’ 교과목을 정규과정으로 채택하고 있고, 프랑스는 중학교부터 주 3시간씩 ‘시민교육’을 가르친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용 민주시민 교과서를 제작해 학교에 배포하는 등 노동인권교육을 시작했다. 경남교육청도 학생들을 위한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비정규직지원센터의 청소년 노동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동법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2%로 매우 높았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심심찮게 상담을 온다. 3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을 나가는데 말이 실습이지 실제로는 어린 노동자들을 몇 개월 써먹으려는 잘못된 사고를 갖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학교나 선생님도 실습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노동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니 실습 학생들을 보호해 줄 장치가 없고 학생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을 수밖에 없다. 실습이 필수과정인 고등학교에서조차 취업현장에서 필요한 기본 노동법을 정규과목에 편성하고 있지 않다.

영화 <카트> 속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역을 맡은 배우가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여서 시사회 때부터 많은 여학생들이 관람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카트>는 전태일 열사 44주기인 11월13일 개봉된다. 그리고 그날은 수학능력평가일이다.

학생들에게 영화 <카트>를 적극적으로 보여 주자. 수능시험 후의 고3, 기말고사 후의 중3들에게 정규과정 혹은 특별과정으로 노동자 권리와 노사관계를 가르치는 방안을 마련하자.

44년 전 전태일 열사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은 현재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자의 처지에 있는 아르바이트 청소년 같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문제다.

최영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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