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주기와 동떨어진 직장의 교대제 시스템이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속노조가 6일 여성조합원 2천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가정·여가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조합원들은 ‘일·가족·여가생활의 균형’을 묻는 질문에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출퇴근 준비 및 근무시간이 가족들과 생활하는 시간과 비슷하다”(5점 만점에 2.87점), “회사 출퇴근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등 돌봄시설 이용이 가능하다”(2.54점), “직장생활보다 집안일, 가족 돌봄노동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2.78점) 등의 문항에서 점수가 낮았다. 점수가 5점에 가까울수록 ‘매우 그렇다’, 1점에 가까울수록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균형’에 관한 질문에서는 생산직·주야 맞교대 조합원이 사무관리직·상시주간근무 조합원에 비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교대근무 형태 중에서도 주간연속 2교대제 등 2조2교대 방식으로 일하는 조합원이 주야 맞교대로 일하는 조합원보다 직장과 가정생활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장 근무체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이 여성노동자에게 부여된 일·가정 양립의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직장생활과 노동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가족들의 존중”(3.86점), “직장생활 지속할 의사”(3.73점), “일을 하면서 가정생활도 더욱 만족스러워짐”(3.6점) 부문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일자리의 “고용안정성”(3.14점), “작업환경”(3.17점), “노동강도”(3.19점) 항목에서는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직장생활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보다는 고용이나 작업환경 같은 직장생활 자체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여성조합원들은 남녀 간 가사노동 분담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맞벌이 부부는 집안일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4.1점)에 매우 높은 점수를 줬고, “남성은 직장에 다니고 여성은 가정을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부부의 역할”(2.32)에는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바람과 거리가 멀었다. 가족구성원 중 평소 집안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5%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배우자와 맞벌이를 하는 경우도 84.4%의 여성조합원이 “본인이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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