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노동자에게는 이런 게 날벼락이다. 강태종(50·사진) 전국마필관리사노조 제주경마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사용자단체인 제주경마장조교사협회로부터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지부 관계자들은 이달 4일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마필관리사노조 본조와 상급단체인 공공연맹·한국노총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강태종 비대위원장은 연신 답답함을 호소하며 “대화로 풀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이달 3일 조합원 103명 중 96명(반대 2명·미투표 5명)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수차례 대화를 요구했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도 거쳤다. 하지만 사측은 단협 해지 통보를 철회하지 않았다.

단협 해지는 노조를 없애거나 길들이려는 사용자측의 주요 수단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어느덧 익숙해질 정도로 많아졌지만 막상 해지 통보를 받은 노동자에게는 이런 날벼락이 없다.

강 비대위원장은 “2002년 단협을 맺고 12년 동안 잘 지내 왔는데, 뜬금없는 해지 통보로 조합원 모두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사용자인) 조교사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지 통보를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최근 제주지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는데.

“2002년 단협을 맺고 올해까지 12년 동안 노조(제주지부)와 조교사협회가 집단교섭을 벌였다. 올해 3월에도 2013년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4월에 조교사들이 갑자기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제주경마장 조교사 20명이 자신이 고용한 마필관리사들(조교사 1명당 평균 5명)과 개별교섭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제주지노위에서 두 차례 쟁의조정을 받았다. 협회는 8차례에 걸친 노조의 교섭요구와 제주지노위의 3차 조정을 모두 거부했다.”



- 단협이 해지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

“이대로 가면 내년 2월에 단협이 해지된다. 집단교섭을 할 수 없고 개별교섭을 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조합원의 임금구조가 바뀌고 고용까지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현재 마필관리사들의 임금은 단협에 따라 기본급 성격인 비경쟁성 임금이 70%, 경주상금·성과급 개념인 경쟁성 임금이 30%를 차지한다. 단협이 해지되면 비경쟁 30%, 경쟁 70%로 뒤바뀐다.
지부가 단협을 통해 마사회가 3(비경쟁)대 7(경쟁)로 조교사에게 배분하는 관리금(임금)을 7(비경쟁):3(경쟁)으로 바꿔 왔기 때문이다. 조교사들이 그것을 노리고 단협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강 비대위원장은 한 마필관리사의 임금명세서를 꺼내 들었다. 그 마필관리사의 기본급(비경쟁)은 210만원, 성과급(경쟁)은 80만원이었다. 그런데 이게 뒤바뀌면? 기본급이 80만원이고, 성과급이 210만원이 돼 버린다.

그는 “성과급 비중이 너무 커지는 데다, 1등부터 꼴찌까지 마필관리사의 임금격차가 월 300만~400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또 “지금은 조교사가 일을 그만둬도 단협으로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있지만 단협이 해지되면 고용승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말 그대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대화로 문제를 풀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다면 파업밖에 방법이 없다.
벌써부터 노조가 파업하면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무력화하겠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래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은 조교사협회 뒤에 마사회가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고용주가 조교사이긴 하지만 경주 일정과 자금, 마방(마구간) 운영까지 모든 것을 마사회가 관리·조정한다. 실제 사용주는 마사회다. 마사회는 조교사협회가 잘 조직된 서울경마장보다 협회가 없는 부산경마장 모델을 선호한다. 흩어져 있어야 자기들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의 사용자성 인정을 위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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