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화섬노조 피죤지회장을 맡기 전만 해도 김현승(46·사진)씨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업무평가도 좋았고 2011년에는 이윤재 피죤 회장의 공금횡령과 비리를 보도한 언론사에 항의하는 관제데모까지 나갔다.

그랬던 김씨가 노조를 만들자 임원들은 도대체 왜 그랬냐며 난리를 피웠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그때도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서 했던 거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회사에 애정이 있다면 혼자 뛰쳐나갈 게 아니라 회사가 잘되도록 바꿔야죠."

지난해 11월5일 설립된 피죤지회가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이달 3일에는 창립기념식 대신 피죤 본사 앞에서 이윤재 회장 규탄집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노사 상생 떡'을 나눴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조합원들을 대기발령한 뒤 이제껏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김현승 지회장을 만났다.

- 왜 노조를 만들었나.

"이윤재 회장의 전횡이 너무 심했다. 회장은 직원들을 믿지 않는다. 직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슬리퍼로 때리는 등의 폭행도 했고, 수시로 부당해고와 부당전직을 일삼았다. 직원뿐 아니라 임원진도 수시로 갈아 치웠다. 인사부장도 두 달 만에 해고되고 지난 몇 년간 모든 사장들이 임기 1년을 못 채웠다. 별도의 팀을 만들어 쫓아낼 직원들을 몰아넣고 잡일을 시키며 퇴사를 종용했다. 이 회장이 청부폭행 사건으로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지난해 9월 복귀한 뒤에는 지방지점 영업사원 60여명에게 갑자기 인사발령을 내려 근무지를 바꿨다. 대구지점 직원을 대전으로 보내는 식이었다.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적어도 기본적인 고용은 보장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해 11월 노조를 설립했다."

- 조합원들이 대기발령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가 요구한 것은 노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측이 같은해 12월16일 갑자기 6개 지방지점을 폐쇄하고 조합원 22명을 대기발령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2월 부당전보라고 결정했다. 당시 사측은 서울지노위 중재에 따라 3월이나 4월부터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매달 발령기간을 연장하더니 올해 7월부터는 아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4월께 업무상 실수를 빌미로 해고됐다가 서울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했는데, 사측은 10월 부하직원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또다시 해고했다."

- 대기발령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몇 달째 자택에서 대기만 하고 있다. 정상적인 생활이 아니다. 나 역시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보기가 힘들다. 가장 힘든 것은 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과 이 상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이게 해고나 또 다른 부당노동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스트레스가 심해 원형탈모가 생겼다. 모두 많이 힘들어한다. 40여명이었던 조합원이 6명으로 줄었다."

- 회사는 경영이 어려워 대기발령자를 복귀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는 최근 영업직 3명을 신규채용한 데 이어 연구·생산직 채용공고도 냈다. 그러면서 6명의 채용을 거부하고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노조가 무조건 싫다는 것이다."

- 해고된 뒤 복직투쟁은 어떻게 진행했나.

"한 달에 1회 이상 조합원들이 서울에 모여 규탄집회를 한다. 회사는 처음에는 대기발령자들에게 기본급만 줬다가 서울지노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뒤에야 전액을 줬다. 그런데 거기서 집회를 한 날짜만큼의 돈을 차감했다. 그래서 휴게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집회를 한다. 4월에는 본사 앞에서 일주일간 농성을 했다. 조합원들과 함께한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조합원들이 힘들다며 퇴사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한동안 휴대폰이 울리면 '떠나겠다, 미안하다'는 전화일까 봐 가슴이 철렁해서 받기 싫었다."

- 향후 활동계획은.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 이윤재 회장의 노조탄압 실태를 알려 회사를 압박하려 한다. 복직을 위해 지노위에 진정을 내고, 노동부에 행정지도를 촉구할 것이다. 지난해 120여명이었던 직원이 올해 90여명으로 줄었다. 해고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다. 피죤은 좋은 브랜드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노사가 상생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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