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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와 합의-2014 통상임금 노사합의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11월이다. 2014년도 막바지다.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2014년은 통상임금과 함께 시작됐다.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부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판결한 뒤 첫 임단협 교섭이 2014년 진행됐다. 노조마다 요구안을 제시하고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했다. 2014년 노동자·노동조합의 요구는 분명했다. 판결문이 요구안이 됐다.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한다는 대법원판결이 요구가 됐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대법원판결문에서 갑을오토텍 사업장의 상여금 지급기준이 어떠하기에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한 판결의 이유는 노동조합이 꼼꼼히 읽을 필요가 없었다. 노동자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은 갑을오토텍처럼 연 600%·700% 등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 관심이었다. 요구는 단순했다.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해야 했다. 사업장은 다르고 노조가 달랐지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해야 한다는 요구는 하나였다. 그 요구로 2014년을 지나왔다. 그리고 노사합의로 요구는 하나 둘 정리됐다. 2014년 이 나라 노조운동이 했던 일은 통상임금에 관한 노사합의서로 남았다. 요구가 어떻게 담겼는지, 요구를 얼마나 쟁취해 냈는지는 그 노사합의서를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2014년 11월, 그 노사합의서를 읽어보자.


2. 통상임금 요구를 해서 산별중앙교섭을 해왔던 금융노조는 더는 산별중앙교섭에서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별도의 TF를 구성해 내년 6월까지 논의하기로 노사가 의견을 모았다는 뉴스다(매일노동뉴스 2014년 11월3일자). 이와 같이 노조가 요구해서 교섭해 오다 2014년 임단협 노사합의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뒤로 미뤘던 노조가 금융노조만이 아니다. 최근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여러 사업장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2014년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된 현대자동차의 2014년 임금교섭 별도 합의서는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에 관한 대안을 포함해 임금 경쟁력 유지 및 임금체계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 교섭종료 후 기존 ‘임금체계개선 분과위’를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로 확대·신설하고, 소송은 유지하되 노사 자율적 논의를 통해 2015년 3월31일까지 시행시점을 포함한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1심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합의”하기로 하고 있다. 2014년 임단협 교섭에서 요구했지만 합의는 이렇게 뒤로 미뤄졌다. 이런 사업장들에 대한 평가는 미뤄진 노사합의가 작성돼야 가능하게 됐다. 그러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한 노사합의서를 살펴보자. 노사합의는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정기상여금 600%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법보다 상회하는 월 통상임금 산정시간수(180시간), 가산율(150%)을 종전대로 적용하며, 과거 소급분에 갈음해서 얼마를 지급하도록 한 노사합의다. 과거 소급분을 제외하고는 노조가 요구안을 관철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노사합의를 한, 여수의 한 석유화학 사업장 노조는 여러 차례 소송을 검토했다가 합의에 이르렀다.

둘째 설날·추석·하기휴가시에 지급되는 상여금을 제외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법정수당은 관계법령에 따라 지급하도록 한 노사합의다. 과거 소급분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와 같이 노사합의한 한국지엠은 이미 조합원들의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과거 소급분은 그 결과에 따르게 됐다. 이 노사합의에 따르면 법정수당의 계산 방법을 근로기준법에 의하게 되는데 만약 사업장에서 종전 법정수당이 법상 월 통상임금 산정시간수 243시간(주 5일제에서 토요일까지 유급일 경우) 또는 209시간(주 5일제에서 토요일이 무급일 경우)을 상회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거나 가산율을 통상임금의 100%가 아닌 150% 등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라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효과가 크게 반감되고 만다.

셋째 정기상여금 중 일부만 당장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몇 년 뒤부터 포함시키는 노사합의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한 금속사업장은 정기상여금 600% 중 300%를 2014년부터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2016년부터 포함시키기로 했다(한국노총, 통상임금 주요 합의사례 보고서, 2014년 6월).

넷째 정기상여금 중 일부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한 노사합의다. 정기상여금 600% 중 400%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나머지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한 사업장이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400%를 기본급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다섯째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한 노사합의다. 대구의 한 금속사업장에서 노사는 퇴직시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2014년 1월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 않기 위해서 합의하고서 상여금 지급규정을 그와 같이 개정했다.

이상은 다시 교대제 등 근무형태 개편과 연관지어 그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즉 주야맞교대(10+10)를 주간연속2교대(8+8)로, 3조3교대를 4조3교대로 근무형태를 개편하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한 노사합의가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4조3교대제 등으로의 교대제 개편은 노동자·노조의 오랜 요구였다. 그것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법정수당 등 추가임금 부담을 고려해서 사용자가 오히려 통상임금 문제에 관한 교섭에서 교대제 개편을 의제로 들고 나와 노사합의에 반영되기도 했다.


3. 해당 사업장의 상여금 지급기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과 노동부 지침에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한 상여금인지 여부에 따라 노사합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데 사용자조차도 인정하고 있음에도 기아자동차 등에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노조의 요구를 거부한 채 노사합의를 뒤로 미뤘다. 동일한 상여금 지급기준을 정하고 있는 경우라도 사업장에 따라 노사합의는 달랐다. 어떤 사업장에서 요구가 합의가 됐지만, 다른 사업장에서는 요구는 합의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사업장에서 교대제 등 근무형태 개편과 함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노사합의를 했다. 이로 인해서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로의 교대제 변경은 종전의 임금수준을 보전하는 것이 되지 못했다. 종전 임금을 교대제 변경 이후에 보전해서 그대로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교대제 변경 전 종전 임금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하고서 이를 교대제 변경 이후에 그 임금수준을 보장해 줘야 했다. 예를 들어 종전 교대제에서 300만원의 임금을 지급받은 노동자는 교대제 변경 이후에도 300만원을 지급받아야 한다. 이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임금수준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만약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400만원을 지급받게 됨에도 교대제 변경 이후에도 종전과 같이 300만원을 지급받는다면 이런 사업장 노동자는 실질적으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주지 않는 것이다. 교대제 변경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의 수당 등 임금 손실을 그대로 노동자가 입게 된다. 그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종전 임금수준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자의 눈을 가린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사업장, 즉 교대제 변경과 함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주고 교대제 변경 전의 임금수준을 지급하는 사업장은 위에서 살펴본 다섯째 유형,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한 노사합의했다는 대구의 모 금속사업장과 다를 게 없다.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저하시켰다는 점에서 같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노사합의한 대구의 노동조합은 어용이란 비난을 받았다.


4. 지난주 목요일(10월30일) 통상임금 노사합의에 관한 법률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노사합의서를 수집해야 했다. 그런데 선뜻 노사합의서를 내주는 노조도 많지 않고, 노사합의서를 내주더라도 대부분 노조는 사업장을 비공개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사가 비공개로 하기로 해서일 수도 있고 공개하기에는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별 수 없이 사업장을 공개하지 않은 채 노사합의서 내용만을 보여주며 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요구는 분명히 노동자권리 앞에서 당당한 것인데 합의는 그렇지 않다고 읽게 된다. 요구가 언제나 합의가 될 수는 없다.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과 투쟁으로 관철해야 하는 요구는 노조의 교섭력과 투쟁력에 따라 노사합의서에 기재된다. 교섭과 투쟁의 힘이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다면 노사합의는 당초의 요구에서 멀다. 그러니 2014년 노사합의는 2014년 이 나라 노조운동의 현 주소를 말해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읽어 낼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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