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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언론 생태계 복원의 꿈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중국을 방문했다. 중화전국총공회(중국총공회) 초청으로 노·사 단체와 노동전문가로 구성된 국제노동협력원(현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협력센터) 방문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수도인 베이징에 도착한 후 처음 간 곳은 공인일보(노동일보)였다. 중국총공회 기관지이자 전국 7대 일간지에 해당하는 언론사다. 한국노총 <노동과 희망>,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와 같이 총연맹 기관지로 출발했지만 공인일보는 철저히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된다.

당시 공인일보는 한국방문단의 공인일보 본사 방문을 중국총공회에 요청했다. 또 한국방문단 일원에 노동언론 관계자가 포함되기를 원했다. 한국방문단 구성은 국제노동협력원 소관이었지만 중국총공회 의견도 반영됐다. 매일노동뉴스와 중국총공회·공인일보의 교류는 이렇게 시작됐다.

공인일보에 들어선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노동단체 기관지는 으레 영세해 소규모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탓이다. 넓은 부지에 건물 세 동이 눈에 들어왔다. 본사 사옥과 인쇄공장, 그리고 재정사업 일환으로 운영하는 호텔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중국에 가면 ‘대국’이라는 규모의 이미지에 압도된다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공인일보 인쇄소는 베이징 일대의 50여개 매체 인쇄물을 위탁해 생산하고 있었다.

중국총공회는 공회의 연합단체이자 공산당 부속기관이다.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은 중국총공회 기관지인 공인일보 창간 당시 사옥 부지를 마련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발판으로 공인일보는 중국총공회 산하 성총공회(총연맹 지역본부)에 지사를 마련하면서 광활한 중국 땅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물론 외형적인 규모나 재정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상응하게 공인일보가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보장받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인일보 시스템은 부럽기 그지없었다. 노동언론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노동단체 기관지 또는 노동언론의 현실이 떠올랐다. 양대 노총이 발간하는 기관지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거나 심지어 폐간하려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발간하는 노보와 독립언론을 표방했던 노동언론도 손을 꼽을 정도로 축소됐다.

그런 가운데 언론환경은 종이언론에서 디지털과 모바일로 빠르게 대체됐다. 언론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풀뿌리 노동언론의 생태계는 움츠러들고,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 것이다.

필자는 중국 방문 후 고민이 깊어졌다. 회사 구성원들과 이런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노동언론 생태계부터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립노동언론인 매일노동뉴스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과 도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2년간 100년 가는 노동언론 증자사업은 그 일환이었다. 노동조합의 주주참여로 독립노동언론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노동조합 주주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매일노동뉴스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30일 영남본부를 발족한 데 이어 11월부터 현지인쇄에 돌입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현지인쇄 시스템을 갖춘 것은 창립 22년 만의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일노동뉴스는 배송시스템을 전면 혁신해 수도권·영남 동시 조간체제로 전환한다. 그간 매일노동뉴스 배달망은 수도권은 조간, 영·호남은 석간체제로 이원화됐다. 대구광역시 달서구 본동에 설치되는 매일노동뉴스 영남본부는 수도권 중심의 일방적인 뉴스 전달방식을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바꾸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영남본부는 내년에 주재기자를 채용해 취재·보도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맞물려 지역 현장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간 노동언론이 전국 조간체제를 갖춘 사례는 없지 않다. 사실상 폐간된 노동일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역에 현지인쇄소를 직접 운영한 노동언론은 없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제 서울·대구 두 곳에서 인쇄된다. 내년에는 호남지역에도 인쇄소를 갖춰 전국 조간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매일노동뉴스 영남본부는 노동언론의 실험이자 도전이다. 독립노동언론이 전국의 노·사·정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지만 많은 재정을 투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청년 매일노동뉴스는 그 길을 당당하게 가려 한다. 실패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회피하지 않으려 한다. "독립노동언론의 기틀을 세워 풀뿌리 노동언론의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과제에 임하려 한다.



* 그간 이원화된 배달망 탓에 불편했음에도 후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신 독자와 주주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매일노동뉴스 구성원들은 영남 인쇄·배달시스템을 빠르게 정착시킬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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