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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드러나도 손 놓은 노동부

최근 LG유플러스 서비스기사 A씨는 백지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그는 4살 난 첫째와 곧 태어날 둘째의 아빠다. 노조를 하기 전에는 매년 원청으로부터 우수 직원으로 뽑혔다.

그런데 올해 8월 폭우가 쏟아져 전신주에 올라가기 어렵다고 하자 "쫓아가 죽여 버리겠다"는 폭언을 쏟아낸 고객에게 화를 냈다고 두 달 동안 업무를 배당받지 못했다.

그와 동료들은 "그건 핑계고 노조활동을 열심히 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관할지역 고용노동청을 찾아갔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개통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았기에 부당노동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미뤘다.

노동부는 세 차례를 미룬 끝에 지난달 말 개통기사의 근로자성을 일부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마저도 같은 조건의 사업장에서도 인정과 불인정이 뒤섞여 의혹만 불거졌다.

그러는 사이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기사들은 대체인력에게 일감을 빼앗겨 급여가 반토막 났다. 계약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A씨는 해고통보를 받았다. 협력업체들은 "모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며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무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묵묵부답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각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진정을 제기해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재조사도 전면조사가 아니라 논란이 된 경기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들은 원청인 LG와 SK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A씨는 돈 한 푼 못 받으면서도 매일 출근해 동료들의 일을 돕고 있다. 임신한 부인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실정이다. A씨와 동료들은 "노동부는 우리가 문제점을 알아서 다 밝혀내고 고발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더니, 이제는 드러난 문제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두 달간 많이 울었고 힘들었다는 A씨의 부인은 "하루빨리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근로자 없는 기업이 존재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A씨에게, 그의 부인에게, 노숙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노동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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