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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을 게 뭐 있다고
▲ 정기훈 기자

전동 이발기 든 동료는 손이 빨랐다. 망설임 따위 없었고 능숙했다. 구호 새긴 보자기 목에 두른 사람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처분을 기다렸다. 머리칼 날아들었던지 자주 눈을 감았다.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칼이 흰색 보자기 타고 흘렀다. 빛바랜 머리칼이 뎅겅 잘려 검은 바닥에 뒹굴었다. 민낯을 드러낸 머리가 가을볕에 유난히 반짝거렸다. 앞서 삭발한 이가 뒤따른 동료를 합장하고 맞았다. 비뚤어진 머리띠를 서로 고쳐 주면서 싱거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삭발 경험 저마다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농이 길었다. 집단삭발이었으니 기자회견도 길었다. 맨바닥 앉아 기다리던 이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다 큰 딸 사진이 바탕화면에 선명했다. 늙은 아빠는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했다. 머릴 깎았고, 길에 나섰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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