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현대차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구은회 기자
“아슬란은 불법 공장에서 만들어진 불법 자동차입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가 대형세단 아슬란의 출시를 알리며 미디어데이 행사를 여는 사이 행사장 밖에서는 연신 고성이 오갔다. 아슬란을 직접 만드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우리 손으로 만든 차를 직접 보겠다”며 행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행사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슬란은 10년 넘게 파견법을 위반하고 불법파견 노동자를 고용해 온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라며 “현대차에서 일하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깔아뭉갠 채 제작된 불법 자동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장소를 세 차례나 옮겨 가며 진행됐다. 현대차에 행사장을 대여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측이 “사유지에서 스피커를 틀어 놓고 기자회견을 할 경우 업무방해의 책임을 묻겠다”며 기자회견 진행을 제지하고 나선 탓이다. 기자회견장 주위에 투입된 현대차 본사 직원들은 “신차 출시를 알리는 남의 집 잔칫날에 재를 뿌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슬란이 제작되는 현대차 아산공장에는 남명기업·금파산업·신일기업·현신물류·지산기업·중앙기업·덕원산업·진양기업·보광산업·근우기업 등의 사내하청업체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모든 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노동자는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제품 양산에서 출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기업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해 왔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원청기업의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판결대로라면 이날 행사장을 찾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정규직 직원이다. ‘남의 잔칫집’이 아니라 ‘자신들의 잔칫집’을 찾아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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