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학생들이 느끼는 인권침해 수준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체벌·두발규제·강제수업 등 인권침해를 호소했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5천8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 2명 중 1명은 "학교에서 체벌을 당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간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손발이나 도구를 활용한 체벌'의 경우 "자주 또는 가끔 있다"는 답변이 45.8%나 됐다. "앉았다 일어서기 등 기합성 체벌이 자주 또는 가끔 있다"고 답한 학생은 60%에 이르렀다.

최근 1년간 체벌이나 언어폭력을 겪은 장소로는 가정보다 학교가 훨씬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체벌이나 언어폭력을 경험한다고 응답한 학생 중 장소가 가정인 경우는 12%였다. 반면 학교를 지목한 학생은 40.4%나 됐다. 그 밖의 학원 등은 16.1%로 조사됐다.

방과 후 학교나 보충수업·야간학습을 강제로 시키는 사례가 "자주 또는 가끔 있다"고 답한 학생은 53.9%였다.

학생인권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달리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주제로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드물었다. 학생인권 교육을 학교에서 받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11.6%에 그쳤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한 학생이 36.0%로 나타나 인권교육 경험이 없거나, 교육이 있었더라도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조사에서 인권침해 항목을 점수화했더니 대전·울산·경북·부산·인천이 학생인권 침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분석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경래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 활동가는 "전국의 학생들이 동일한 수준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시·도교육청에 전달해 학생인권 증대 정책을 마련하는 데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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