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조에 따르면 전날 저녁 마무리된 쟁의행위 찬반투표 개표 결과 투표자 1만313명(투표율 57.6%) 중 1만11명(전체 조합원 대비 55.9%·투표자 대비 97.1%)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번 찬반투표는 2001년 이후 13년 만에 실시됐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무려 20년 만의 사건이 된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 13만2천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2만3천원을 5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노사협조주의를 표방한 이전 집행부 시절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이 지속된 결과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아진 게 높은 찬성률을 이끌어 낸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본급 비중이 전체 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변동급인 성과금과 일시금 비중이 높은 임금체계로 인해 선박 수주물량이 줄면 임금이 급감하는 구조 역시 조합원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실제 입사 10년차 4급 기사의 기본급은 167만원 수준이다. 제 수당이 포함된 통상임금은 186만원이다. 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리기 막막한 액수다. 조선업계가 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겠다”며 한 달여 만에 재협상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회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조직개편과 인원감축에 나서는 등 '위기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체 임원 사직서 제출과 사장단·본부장 인사, 임원 감축에 이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선 상태다.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소식에 회사측은 “노사 대화를 통해 교섭이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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