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사무지원 업무를 하다 퇴직하거나 해고된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영이(48·가명)씨는 2011년 9월부터 흥국생명 강북사업본부 동대문지점에서 사무지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달 200만원씩 받았다. 그런데 최근 흥국생명이 각 지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입사지원을 하지 못한 이씨는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가 다른 직원들과 달리 이씨에게는 "채용공고가 났으니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라"는 얘기를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해고를 당한 이씨는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는 8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흥국생명은 본사가 채용한 것이 아니라 지점장이 개인적으로 채용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지점장이 직접고용한 인원에 대해 회사에서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가 근무한 3년간 지점장이 3명이나 바뀌었지만 지점장 교체와 상관없이 계속 근무했다는 점에서, 지점장과 고용관계를 맺긴 했지만 사실상 회사가 고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무지원 채용과 월급 책정은 지점장이 정했지만, 이들의 월급은 흥국생명이 지점장들에게 지급하는 사무지원 수수료에서 빠져나갔다. 이씨와 같은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본사 영업담당 부서로부터 회사 차원의 영업정책 설명회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지점장이 나를 채용했으면, 지점장이 옮겨 갈 때마다 나도 따라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회사가 왜 고용책임을 회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재민 노무사(노무법인 필)는 "이씨와 같은 사무지원 총무들은 직원들만 취급할 수 있는 보험계약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등 사실상 흥국생명 정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회사 직제에 편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4대 보험 적용을 못 받은 것은 물론이고 해고나 퇴직시 매번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현재는 퇴직금 지급 주체를 가리는 게 쟁점"이라며 "아르바이트 채용을 지점장이 한 만큼 지점장 책임으로 볼지, 궁극적으로 회사에 고용 책임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회사쪽을 정식으로 조사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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