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로 향하고 있지만 정작 노인복지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가족간의 전통적인 유대 관계가 약화되고, 실직자 양산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사적 부양능력 자체도 축소되면서 우리나라 노인들은 다른 국가 노인들에 비해 노후를 매우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노후 대비용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공적제도는 아직 제도적인 미성숙과 미비점이 많아 노인들의 최저생계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노후 불안, 5개국 중 최고” =보건사회연구원은 일본이 지난 80년부터 5년 단위로 한국·일본·대만·미국·독일 등 5개국 60세 이상 노인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국 노인의 생활실태와 소득을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 9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 가운데 ‘생활이 곤란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48.6%로 두 명 중 한 명 꼴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 8.1% ▲미국 29.3% ▲대만26.5% ▲일본 19.7%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로 우리 노인들이 노후에 더욱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실제 통계분석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연구보고서는 지난 96년도 ‘가구소비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2000년도 최저생계비를 역산해 노인들의 빈곤율을 측정해 본 결과 전체 노인 동거가구의 9.3%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는 결과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노인 부부만 사는 가구의 경우에는 무려 31%가 빈곤선 밑으로 떨어진 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곤 노인들의 실제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빈곤 갭’도 매우 커서 지난해의 경우 이 금액이 10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들 빈곤 노인들이 가족들로 부터 지원받은 금액(사적이전소득)을 빼면 무려 4075억원이나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공적 제도로는 5명 중 1명만 부양” =우리나라 노인 복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후대책을 자녀에게 의존했던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각종 연금 등 공적제도에 의존하려고 의식은 변화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와 현실은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노후를 가족에 의존하겠다는 비율이 80년 49.4%에서 95년에는 28.2%로 줄어든 반면 사회보장에 의존하겠다는 비율은 8.2%에서 29.2%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사회보장에 대한 이 같은 높은 기대는 대만(16.1%)은 물론 미국(25.7%)보다도 앞선 수치이다.

그러나 실제 지난 99년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어떤 제도로든 공적으로 소득을 보장받고 있는 규모는 74만1000명으로 전체의 23.1%에 불과하고, 60세 이상 노인으로 따져 보면 18.2%(90만6000명)에 그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 중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비율은 5%에 불과해 현재 노령 계층은 공적연금을 통해서는 거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재은 책임연구원은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기 전까지는 젊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돈을 벌게 하고, 공공부조나 경로연금은 저소득층 노인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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