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섭
금속노조법률원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대상판결/ 서울고법 2013누17987호, 2013누19754호 판결

판결의 요지는 풍산마이크로텍 주식회사(현 PSMC)가 2011년 11월7일 54명의 노동자들에게 한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됐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54명 중 소송을 진행한 49명에 대해 선고됐습니다.

정리해고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인가

정리해고란 노동자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사용자측의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해고를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요건으로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④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대해 노조(또는 근로자대표)에 ‘50일전에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의미에 대해 기존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제1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일정수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하지 않으면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 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개연성이 있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의 인원삭감 조치가 영업성적의 악화라는 기업의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 경쟁력의 회복 내지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작업형태의 변경, 신기술의 도입이라는 기술적인 이유와 그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생기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유로 해 실제 이뤄지고 있고 또한 그럴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넓게 보아야 한다”고 해서 그 범위를 부당하게 넓히고 있습니다.

법원이 부당해고로 판단한 이유

서울고등법원은 2005년부터 영업손실 발생, 누적된 영업손실액, 원재료 가격인상, 금융기관 차입금 증가, 현금보유액 감소 등을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지연될 경우 당장 도산에 이를 수 있는 매우 급박한 위기 상황이었다는 회사측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영정상화 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모두 해 보지 않고 곧바로 정리해고를 한 것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고,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새로 도입된 업무역량평가(관리자들이 대상자의 업무역량을 평가하는 것)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이나 희망퇴직의 활용과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서 더 이상 해고 이외의 다른 경영상 조치를 취할 수 없어 부득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특히 회사가 도산의 위험에 직면하는 등 매우 신속한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시키는 해고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이를 시행해야 합니다. 풍산마이크로텍지회는 단체협약에서 해고회피노력으로 노동시간 단축, 교육훈련, 재훈련을 통한 전환배치, 일시휴업, 근무교대제 개편 등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는 임원 임금 삭감, 희망퇴직 시행, 각종 비용절감 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서울고법은 각종 비용절감 등 조치들에 대해 평소 경영자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로 보일 뿐이고 이를 넘어서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기준은 무엇인지

사용자는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해 해고대상자를 정당하게 선정해야 합니다. 선정기준에는 근무성적·업무능력 등 사용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요소와 연령·부양가족·재산·건강상태 등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요소가 있는데, 특히 사회적 보호와 배려의 필요성이 높은 경우 그러한 주관적 사정을 반영하는 요소들이 실질적인 선정기준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고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무직·기술직 노동자를 제외하고 현장직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경우, 업무역량평가의 기준이 불명확해 평가결과의 객관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평가과정에서 잘못된 점수를 부여하거나 점수 계산과정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대상자선정기준 중 일부 항목이 잘못된 경우는 어떻게 되든지 문제가 됐는데, 서울고법은 사용자의 정리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이 법령에 위반된다면 중앙노동위원회로서는 이를 이유로 당해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로 봐 근로자의 복직 등을 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의 재량권 행사 기회 자체를 박탈해 사용자를 대신해 새로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정한 후 이에 따라 정리해고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업무역량평가를 제외하더라도 순위에 포함되는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도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정리해고 사건에서 사용자가 노조에 몇 차례 협의요청을 했다면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노조가 적극적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안을 제시했는데 사용자는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중 택일하라고 요구했고 노조가 거부하자 곧바로 정리해고를 통보했습니다. 법원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노사 간 협의가 진행되는 경우 더 이상 노사 간의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사용자가 협상을 중단하고 바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해고에 대비한 고용안정협약

이 사건의 쟁점은 아니지만 노사 간에 정리해고에 대비한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고용안정협약은 사용자의 경영상 결단에 의한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란 협약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변경이 있어서 협약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부당한 경우를 말합니다. 법원은 진방스틸코리아·포레시아 정리해고 사건에서 고용안정협약에 위반되는 정리해고의 효력을 부정했습니다.

정리해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한 준비사항

노조는 평소 회사의 감사보고서·전산자료 등을 기초로 경영상황을 파악하고 회계처리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무분별한 영업외 투자로 인한 손실과 경영진의 부도덕한 횡령·배임, 경영판단의 과오 등으로 인해 경영악화가 초래된 경우 정리해고의 요건은 더욱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노사 간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거나 단체협약으로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 사용자가 함부로 정리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체협약에서 해고회피노력의 내용으로 노동시간 단축, 교육훈련, 재훈련을 통한 전환배치, 일시휴업, 근무교대제 개편 등 세부적인 방안을 꼼꼼히 규정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정리해고 협의과정에서 묵묵부답하는 것보다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노동조합의 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개별사안에 대한 대응을 넘어 정리해고의 오남용을 억제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정시키기 위한 연대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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