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국가위험물로 분류된 디메톡시메탄(CAS 109-87-5)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이후 세척액으로 이소프로필알코올(IPA)을 쓰고 있다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설명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디메톡시메탄은 취급할 때 장갑·마스크·보안경 등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환기시설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고인화성·고자극성 물질이다.

21일 <매일노동뉴스>가 취재해 보니 삼성전자서비스 ㄱ센터의 수리기사들은 안전보호구 없이 디메톡시메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ㄱ센터는 환기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다. ㄱ센터에서 근무하는 수리기사 A씨는 “회사가 준 장갑은 날카로운 것에 찔리지 말라고 준 것”이라며 “수리하는 데 불편해 장갑을 안 끼고 작업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국가위험물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디메톡시메탄이 피부에 묻을 경우 모든 의복을 벗거나 제거하고 피부를 물로 씻도록 권장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디메톡시메탄의 발암 위험성은 현재까지 연구된 적은 없지만 동물실험을 통해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신장·심장·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성이 높아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고, 인화성·폭발성이 높아 엄격하게 규제해 사용해야 하는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디메톡시메탄 사용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주장과도 상반된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날 입수해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의 2010년 자체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2010년 이후 이소프로필 알콜(IPA)을 세척액으로 사용하고, 유연납을 폐기하고 무연납으로 변경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ㄱ센터는 IPA가 아닌 디메톡시메탄을 세척액으로 사용하고, 유연납도 여전히 쓰고 있다. 유연납은 납땜에 쓰인다. 흡입할 경우 발암물질인 납이 체내에 축적돼 신경계·조혈계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 ㄱ센터의 수리기사 B씨는 “무연납을 쓸 경우 납땜이 잘 안 돼 유연납과 무연납을 번갈아 쓴다”며 “회사에서 마스크를 준 적도 없고, 환기시설도 없어 연기를 들이마시는 경우가 있다”고 증언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무연납을 사용하더라도 호흡용 보호구를 지급하고,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은 의원은 “삼성의 2010년 자체조사 결과 드러나지 않은 위험물질이 쓰이고 있고, 회사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큰 문제”라며 “안전보건공단의 실태조사와 역학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회사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가 2010년 162개 센터를 조사해 작성한 '작업환경 측정결과'에 따르면 센터 내부에서는 발암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납, 생식독성 유발물질인 톨루엔이 검출됐다. 보고서에서 회사는 조사 직후 IPA와 무연납을 제외한 모든 물질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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