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9 월 10:06
상단여백
HOME 칼럼 시론
단시간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부터 적용하자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말까지 정부 각 부처가 20개 시간선택제 적합 직무를 선정해 3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대책의 핵심은 초단시간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과 퇴직급여 산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한 사업장에서 60시간 미만을 일해도 여러 개 사업장에서 60시간 이상을 일하면 사업장을 통한 국민연금 가입이 가능해진다. 고용보험의 경우 복수사업자에서의 가입을 허용해 실업급여 수령액이 높아진다. 산재보험 역시 복수의 사업장 임금을 합산·적용해 수령액이 현실화된다. 퇴직금 산정방식도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기간 3개월 평균임금을 별도로 계산해 퇴직급여를 지급받도록 했다.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했을 때 퇴직급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처럼 정부 대책이 ‘보완’이라는 의미에서 일부분은 충족한다. 사회보험과 퇴직금 적용 확대라는 측면에선 그렇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월 60시간 미만) 노동자는 유급휴일·연차휴가 적용에서 제외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과 고용보험법 일부도 적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 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사회보험과 퇴직금 적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려 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 쪼개기, 저임금 일자리”라는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시간제 노동자는 175만명이며, 최근 10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44만명(25.1%)에 달한다. 시간제 노동자 4명 중 1명은 근기법 적용에서 배제된 셈이다. 시간제 노동자 중 여성이 73.1%에 달하며, 30~40대 여성이 가장 많다. 경력 단절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 가운데 36.8%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보다 저임금 시간제 노동자가 급증하는 이유가 뭘까. 근기법 적용이 배제된 단시간 노동자를 선호해 온 기업들의 관행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유통·서비스업계와 학교현장에서 초단시간 노동계약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은 이런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일주일에 이틀 경마가 열리는 날에 출근해 경마권을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8시간 이상 일하는데 시급은 7시간만 인정됩니다. 급여가 적으니 시급 8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거나 투잡을 뛰고 싶어도 둘 다 허용하지 않아요.”(마사회 여성 PA사원)

기존 정규직 일자리마저 시간제 일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그것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주도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으려 시간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교에 갔는데 무기계약직 전환은 포기하고 주 14시간 초단시간 계약서를 다시 쓰던가 아니면 돌아가라고 해요. 저도 엄마고 일하는 여성이고 자격증을 가진 돌봄전담사(돌봄강사)인데 아무것도 보장 못 받는 현실이 너무 막막합니다.”(경북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비정규직 여성강사)

그간 노동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의 경우 ‘전일제 대비 60~70% 임금보장과 차별금지, 전일제-시간제 전환의 자유, 사회보험 적용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고 시간제만 확대하면 양극화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보완대책은 한 참 미흡한 셈이다.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민주노총·청년유니온·아르바이트노조·전국여성노조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국제노동기구(ILO)나 다른 나라 입법례에서도 초단시간 노동자의 근기법 배제를 찾아볼 수 없다”며 “초단시간 노동자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금 시급한 것은 단시간 노동자에게 근기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유급휴일과 연차휴가조차 없는 ‘저임금·차별 시간제 일자리’를 규제하는 것이다. 종전의 ‘나쁜’ 시간제 일자리부터 개선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성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