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회 기자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밝히면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매달 급여에서 조합비가 빠져나간다. 12월에 실시되는 민주노총 임원직선제에 참여할 것이다.

오늘은 조합원의 입장에서 민주노총 임원직선제에 대해 느낀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노동계 언저리에서 민주노총의 임원직선제 논의 과정을 지켜본 매일노동뉴스 기자들조차 “직선제 진짜로 하는 거야?”, “이제라도 안 하면 안 되나?”라고 묻는다. 직선제의 대의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걱정이 된다는 얘기다.

서울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가 봐도 직선제의 열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사무총국 인원의 절반이 직선제본부에 배치됐지만, 선거업무를 둘러싼 혼선과 불협화음이 가중된 느낌이다.

그뿐이 아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한 민주노총 차원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달 2일 민주노총이 선거일정을 공고한 뒤 ‘직선제 설명회’와 ‘직선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조합원에게 공개된 일정의 전부였다. 혹여 “후보등록 이후에는 선거 분위기가 살아나겠지”하는 식의 여유로움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저조한 투표율로 자본과 정권의 비웃음을 사게 되지는 않을지 이 또한 걱정스럽다.

부정선거 시비가 발생하면 또 어쩔 것인가. 선거기간 전국에 2만여개의 투표소가 설치된다. 각 투표소에 1명(많아야 2명)의 관리요원이 배치될 예정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나 크다.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보수언론에게 절호의 찬스다. 부정시비가 벌어지기만 하면 민주노총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이번 선거가 정파구도에서 벗어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공개된 예비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한 명도 빠짐없이 특정 정파에 몸을 담고 있다.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했거나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물들이다. 노동운동 경력과 경륜이 검증된 후보인지는 몰라도 솔직히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느껴진다.

최근 한 노동계 인사와 민주노총 직선제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의 말이 걸작이다.

“아이돌 스타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나오면 당선될 것 같지 않아요?”

민주노총의 올해 최대 사업인 임원직선제가 대형 인기투표에 그치면 어쩌나. 선거까지 겨우 48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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