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공인노무사
(희망21 노동법률사무소)

통상임금 문제는 복잡한 임금체계에서 비롯된다. 임금체계가 간단명료하다면, 많게는 열 개가 넘는 임금항목 중 이것은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저것은 통상임금에 제외된다는 등의 구분이 불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각종 상여금이나 수당이 난립해 매우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사용자는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 새로운 수당을 신설함으로써 임금인상분이 가산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예측 곤란한 상품수요 변동이 야기하는 불확실한 시간외근로와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상황에서 인건비 총액을 예측하고 통제하기 위한 조치다.

예컨대 사업을 운영하던 중 물가상승 혹은 경쟁업체의 임금수준 상승 등의 요인이 발생할 경우 기본급을 상승시키면 시간외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에 반영됨으로써 임금상승 폭이 커지는 반면 하나의 수당을 신설하거나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기존의 수당을 인상하면 시간외근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임금인상 폭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근로시간에 연동되지 않는 수당이 필요한 이유다.

다른 한편으로 통상임금 문제는 장시간 근로에서 비롯된다. 통상임금이 필요한 이유는 사실상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을 산정하기 위함이다. 달리 말하면 연장·야간·휴일근로가 그토록 많지 않다면 통상임금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재계의 부담이 몇십 조원이냐는 논쟁은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장시간 근로 실태를 대변한다. 요컨대 통상임금 문제의 배경은 복잡한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로의 만연이라고 할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은 없을까. 시간당 통상임금의 사전확정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시간당 통상임금을 근로계약 때 사전에 확정하면 더 이상 통상임금은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근로계약시 시간당 통상임금의 사전확정을 법률로 강제해 가산임금이나 미사용 연차수당을 계산할 때 이를 활용하면 다툼의 여지없이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시간당 통상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정하고, 나머지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형태로 지급함으로써 임금총액 수준을 유지하면 할증되는 가산수당 부담을 손쉽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강력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연중 지급된 각종 수당·성과상여·부가급여 등 일체의 임금을 연말에 통상임금에 반영해 가산임금을 재산정해 정산하는 것이다. 이른바 통상임금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이라는 절차가 매우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러나 이 번거로움은 과도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결국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상여금이나 복잡한 각종 수당들의 존재 이유가 상실되고, 자연스럽게 사전에 확정하는 시간당 통상임금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다른 선진국과 같은 임금체계 단순화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가산임금과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등을 제외한 일체의 임금을 연말정산을 통해 통상임금화하자는 이 아이디어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매우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시간외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비용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존 근로자의 시간외근로를 활용하는 대신 신규고용을 촉진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해 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것이다.

사용자가 기존 근로자를 활용하는 대신 신규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임금 외에 사회보험료·퇴직금 등으로 임금의 25% 정도가 추가비용으로 소요된다. 결국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서 연장근로에 대한 실질적인 가산임금 할증률이 이를 초과하게 되면, 장시간 근로 문화가 개선되고 고용도 제고될 것이다.

앞에서 통상임금이 문제가 된 배경에는 복잡한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로의 만연에 있다고 언급했다. 두 요소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상임금 해법 찾기는 요원하다고 할 것이다. 거꾸로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를 통해서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장시간 근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통상임금이 여타 수당을 산정하는 도구인 것처럼 통상임금 논쟁 역시 도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체계 단순화와 근로시간단축 논의로 나아가는 도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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