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정현순(53)씨는 14년째 학교에서 아이들의 밥을 짓고 있다. 어깨 통증을 달고 살던 정씨는 지난해 6월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병원을 찾았다. 그는 좌측어깨 충돌 증후군과 회전근계 파열 진단을 받았다. 두 차례 수술 후 그해 10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요양을 승인받았다. 정씨는 지난달 공단으로부터 요양중지 결정을 통보받았지만 최근에도 1주일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와 같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90% 가량이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는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 노동자의 91.9%가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사는 김철홍 인천대 교수(노동과학연구소 소장)가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와 전회련본부 학교비정규직 설문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철홍 교수는 "90%가 넘는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통증호소비율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기준 전 산업 노동자 평균 통증호소비율(77.9%)과 비교해 압도적"이라며 "오로지 노동자의 힘만으로 노동 과정이 이뤄지는 급식실의 작업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업무상재해를 당해도 대체인력 부족으로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적었다. 전회련본부 조사 결과 급식실 노동자들의 연차휴가 사용은 1년에 하루에 불과했다. 재해를 당해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8.9%나 됐다. 치료를 받았더라도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는 무려 96.6%였다.

전회련본부는 "공공기관 급식실 노동자는 1인당 28.8인분, 기타 급식실은 1인당 52.3인분을 준비하지만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은 1인당 1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골병이 들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와 예방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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