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에 대한 처벌보다 왜 친구들이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지난 7월28~29일 이틀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한 학생이 한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일로 178일째를 맞는다. 200일이 가까워 오지만 우리 사회는 그 진실에 한 발자국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무리한 증축에 과적, 고박불량에 급변침이 겹쳐 참사가 벌어졌다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다음날 “세월호 침몰 원인을 급변침으로 서둘러 단정지었다”며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해경이 언딘을 앞세우고 해군 투입을 막은 의혹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정·관계 로비의혹 등 6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도 올해 4월 말 ‘세월호 사건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해 7월 중간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발표 나흘 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독립성 훼손 시비에 휘말린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지난달 펴낸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사진·생각의 길·값 1만2천원)은 의미가 남다르다. 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한 4명의 변호사가 집필했다. 이들은 책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0대 원인을 꼼꼼히 제시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알파에서 오메가'

<416세월호…>는 세월호 참사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를 아우른다. 세월호 참사 시작부터 검찰수사·원인·책임자에 이르기까지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 민변은 책에서 "검찰의 공소사실부터 신뢰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침몰시각이 밝혀지지 않았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기록조작·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기록 누락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사고 당시 정확한 화물량·평형수량 등 복원성과 관련한 데이터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민변은 세월호 참사 10대 원인으로 △규제완화 △민영화 △정부의 재난대응 역량 부재 △원칙 없는 정부조직 개편 △무능한 감독기관 △청와대와 대통령의 컨트롤타워 역할 부재 △해경의 초동대응 실패 △해경의 외부지원 거부·배제 의혹 △해운사의 위험한 선박운항 △교육·안전 훈련 부재와 선원들의 무책임을 꼽았다.

이명박 정권은 여객선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여객선 안전관리 지침’을 개정하는 등 여객선 안전규정을 줄줄이 완화했다.

박근혜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해양수산부의 2014년 규제개혁 추진개혁에는 해상안전 규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름뿐인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우왕좌왕하며 혼선을 일으켰다. 심지어 청와대와 대통령은 스스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 결과는 사망·실종자 304명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현실로 나타났다.

“친구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요”

민변은 <416세월호…>를 통해 단호히 말한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민변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방향이나 감사대상을 볼 때 근본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 대신 겉핥기식 책임공방만 이뤄지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5월16일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면담에서 밝힌 ‘진상규명에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된 진상조사기구가 설치돼야 하며 강제성 있는 조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뺀 속 빈 특별법 제정으로 국민의 기대와 염원을 기만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고 유가족들은 “유가족 참여를 배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친구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단원고 생존학생의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민변은 <416세월호…> 인세 전액을 세월호 참사 관련 공익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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