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사건/ 서울고등법원 2014누4575 공무상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1. 문제의 소재

공무원의 과로 인정기준은 무엇인가. 일반 근로자의 과로 기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고시와 근로복지공단의 지침(고용노동부 고시 2013-42호, 뇌심혈관계질병판정지침(2013.7.31. 시행))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에는 이런 기준이 있을까. 과연 공무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공무원의 과로 여부에 대해 심사하고 있는 것인가. 공무원의 업무적 스트레스는 과로성 재해 판단기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인가. 최소한 공무상 재해 중 가장 중요한 ‘공무원의 과로성 재해’에 대해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인정기준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아래 공무원의 뇌출혈 판결을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사건의 발생 및 쟁송의 경위

구청 식품위생팀에서 근무 중이던 여성공무원인 원고는 2012년 2월7일 오전 7시30분경 출근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돼 ‘뇌내출혈 우측 기저신경절’ 진단을 받고 2012년 4월17일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공단은 “제출된 상병경위서 등 일건기록과 당해 질병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종합해 보면 상병인의 질병인 ‘뇌출혈’은 갑자기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안에 피가 고이는 질환으로, 이는 주로 고혈압·동정맥 기형·뇌종양 등이 그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상병인은 위생과 식품접객업 관련 민원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격무에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돼 질병이 발병되었다고 주장하나, 상병인의 업무내역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상병인의 질병은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위 질병이 발병했다기보다는 고혈압 약물치료와 같은 자신의 체질적 소인(素因) 등 공무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 질병에 이르게 된 결과로 추정될 뿐 달리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불승인했다. 이에 대해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도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3. 법원 판시의 요지

이 사건 서울행정법원(행정4단독)에서는 “원고는 이 사건 재해일 이전 13개월간 월평균 58시간 정도의 시간외근로를 해 왔고, 그 기간 및 정도에 비춰 원고는 이 사건 재해 발생 전까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정도로 누적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재해일 이전 3개월간의 시간외 근로시간은 월평균 35시간 정도로 전에 비하여 줄어들기는 했으나, 당시 원고는 주민사업팀에서 민원인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그 중 방범 CCTV 관리 업무나 일제강점기하 강제 동원자 및 6·25 납북자 피해접수 업무를 처리하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재해 발생 전월에 보건소 위생과로 발령돼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했던 점, 원고는 이 사건 재해 발생 3년 전부터는 지속적인 약물치료로 적절한 범위 내의 혈압관리를 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판단이유를 제시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14.6.13. 선고 2013구합 62206판결). 이러한 판결은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유지돼 ‘공무상 질병’으로 확정됐다(서울고등법원2014. 9. 3. 2014누4575판결).

4. 당해 판결로 본 공무상 재해 제도의 문제점

가. 과로의 일반적 인정기준의 부재

현재 공무원연금법제35조 제1항은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다음의 요양을 하는 경우에는 공무상요양비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시행령 제29조는 과로 재해의 인정기준에 대해 “평소의 질병·발병요인 또는 악화된 건강 상태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무 수행과의 경합으로 인해 현저하게 악화된 질병 및 새로 발생한 질병·부상이다. 야간근무를 계속했거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직무상의 과로”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시행규칙 제11조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인하여 새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질병이 현저하게 악화된 경우에는 공무상 질병으로 본다. 공무수행 중 업무량 증가·초과근무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유발돼 발생하거나 현저하게 악화된 질병”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과로 인정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하며, 이를 세부화한 지침이나 인정기준이 없다. 또한 ‘현저하게 악화된 경우’, ‘현저하게 악화된 질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공무상 재해에 대한 판례의 인정기준과 상이한 측면이 존재한다. 즉 법원은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으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대법원 1992.7.24. 선고 92누5355 판결 등)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공단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상 과로 인정의 기준이 일반적인 병의 진행 속도보다 악화된 경우가 아니라 ‘현저하게 악화’된 경우에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측면으로 보이고 또한 운용될 위험성이 있다.

나. 근로시간상 과로 인정의 엄격성

공단은 “상병인의 업무내역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근로시간의 과중 내역에 있어 과로를 인정했다. 즉 “이 사건 재해일 이전 13개월간 월평균 58시간 정도의 시간외 근로”를 과로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재해 전 3개월 간 평균 35시간의 시간외 근로’ 또한 ‘과로’로 판단하였다.

현행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지침’에서 ‘평일 정규근무시간 이후에 시간외근무는 1일 1시간이상 시간외근무를 한 경우에 1시간을 공제한 후 4시간 이내에서 매분단위로 계산’, ‘조기출근의 경우에도 당일 정규 퇴근시간 이후에 시간외근무와 합산해 1시간을 공제’라고 기재돼 있다. 이로 인해 퇴근시간인 6시 이후에 근무를 할 경우 위 지침에 의거해 1시간을 공제해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연장근로는 초과근무 대장보다 많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가 소속된 구청에서는 상병경위조사서 작성 제출시 실제 근로내역보다 초과근무대장에서 기재된 내역만 명시했고, 이로 인해 최근 3개월간 평균 시간외근무는 35시간 정도였다. 공무원의 경우 현재 상병경위조사서상 ‘시간외근로·휴일근로’ 내역만을 기재해 ‘과로 여부’만을 판단하며, 그마저도 일정한 기준이 없다. 실제 시간외근로내역을 산정해 판단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 직무상 스트레스 인정 및 판단기준의 부재

이번 사건에서 공단과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는 공무상 스트레스가 부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기재할 구체적인 공간도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공무상 요양시 취급기관에서 작성 제출하는 ‘상병경위조사서’에는 ‘성명, 재해당시 담당업무, 상세경위, 평소수행업무(주요수행업무·근무조건 및 상황·근무상황내역), 과로근무내역(최근 6개월간 과로내역·초과근무내역, 건강진단결과 통보서의 판정내용, 시간별 행적 등’을 기재한다. 공무상 스트레스를 기재할 공간도 사실상 없으며, 기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심리하지 않는다. 이 사건도 심사 청구시 법원에서 인정된 여러 스트레스 요인을 주장·입증하였으나 전혀 심리·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서식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상 스트레스를 심리할 합리적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라. 감정노동의 인정 및 판단기준의 부재

특히 이 사건 원고의 경우 법원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원고가 주민참여팀에서 담당한 ‘방범 CCTV 관리 업무나 일제강점기하 강제 동원자 및 6.25 납북자 피해접수 업무’는 지속적으로 민원인과의 갈등이 많았다. 다수의 민원제기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업무였다. 그러나 공무원의 특성상 민원제기를 하는 주민들에게 화를 내거나 항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감정노동’의 형태이다. 민원업무 등은 업무적 스트레스가 상존하며, 감정노동으로 인해 정신적 소모와 심리적 탈진의 위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단과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는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공무원의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리에 반영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무원의 감정노동, 즉 민원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여부에 대한 상병경위조사서상의 기재공간의 필요성과 구체적 인정기준에 대한 설정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바. 소결

이 사건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과로성 재해에 대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공무원 과로성 질병 인정기준, 심사 및 판단구조, 신청서식 등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들이 수십 년간 거의 바뀌지 않은 현실이 보다 큰 장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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