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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를 위한 편의수단 '평가제도'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법률원)
강민주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법률원)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종속적 관계라는 근로관계를 형성한 이후부터 근로자는 늘 사용자로부터 통제를 받으면서 노동력을 제공하게 된다. 이는 ‘근로자’라는 법적 지위에 이미 내재된 본질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속관계는 일정한 법적 기준과 보호 속에서 운영되고 있고, 그러한 범위를 벗어난 경우의 사용자 권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용자가 일방적인 의사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의 경우 그 기준은 여느 인사권 행사의 기준보다 엄격해야 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으며,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합리적 이유’없이 재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은 보다 손쉽게 근로자들을 통제할 방법을 찾고 나아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해석을 벗어나 자유로이 근로자를 해고할 방안을 계속 고민하게 된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그 중 가장 그럴싸한 방법이 바로 '평가제도'다. 경쟁사회에서 평가는 어쩌면 필수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용자는 평가를 통해 근로자의 노동력 가치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기도 한다. 다소간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우리사회는 평가제도 운영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노동력의 가치를 평가하는 제도를 넘어 평가결과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시킬 수 있는 제도가 되는 경우, 이는 사용자의 인사권의 범위가 아닌 근로기준법의 ‘정당성(합리성)’ 기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평가를 통한 해고라고 해서 징계해고와 달리 볼 근거는 없다.

필자는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사건을 담당하면서 사용자가 평가 제도를 악용해 얼마나 쉽게 근로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지, 특히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조합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매우 손쉬운 방법임을 확인하게 됐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평가위원을 바꿀 수 있다. 평가위원은 3명이 되기도 하고 5명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 평가를 받는지 근로자는 알 수 없다. 누가 어떤 평가점수를 줬는지 평가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므로 소명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근로자가 아는 것은 그냥 평가결과가 사용자가 정해 놓은 80점에 미달했다는 것, 그것뿐이다.

사용자는 평가제도가 사용자의 인사권이고, 재량권이고, 위법한 것이 아닌 이상 그 자체로 유효하며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점수에 못미쳐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최근 널리 주장되는 ‘사용자의 인사권 만능설’(필자는 요즘 사용자들이 인사권이 노동법보다 우선한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음을 느낀다)을 제기한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사용자는 근로자를 어렵게 징계해고할 필요가 없다. 무조건 평가해서 점수를 낮게 주면 '만사 오케이'다.

다행히 평가점수 미달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들은 노동위원회에서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상황이지만, 사측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앞으로 감내하고 싸워야 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았다. 노동위원회가 평가제도를 통한 해고가 사용자의 권한남용임을 인정해 준 점은 의의가 크다. 법원에서도 근로자에 대한 해고에 대해 사용자의 인사권을 중심으로 하는 판단이 아닌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하도록 그 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의 법리에 따른 판단을 내려 줄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로 이 사업장은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노동위원회로부터 4천6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고 사용자는 이를 정부예산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래저래 참 쉽다.

강민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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