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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단축 ‘방안’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주 목요일, 그러니까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월2일. 저녁을 배터지게 먹고 좌석버스에서 나는 할일 없이 스마트폰을 열었다. 배는 부른데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니 배불러서 기분 나빴다. 1주간 최장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만들겠다니.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이라니. 새누리당이 1주간 연장근로를 20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현재 1주에 12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정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기사를 읽고 말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의원이 발의했다는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었다. 근로기준법에서 법정근로시간이 1주 40시간인데 여기에 당사자 간 합의로 12시간 연장근로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고 1주 52시간까지는 법적으로 보장한 근로시간이라고 법을 제멋대로 집행하더니 이럴 수가….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안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휴일근로가 1주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라며 휴일근로수당 50% 가산지급 외에 연장근로수당 50%까지 가산지급해야 한다고 노동자들이 주장하고 청구했더니 1주는 휴일을 제외한 날이라고, 1주일은 7일이 아니라 6일 혹은 5일이라고 떠들어대다 이젠 아예 노동자가 주장도 못하게 법으로 못을 박겠다고 나섰다. 휴일근로는 50%만 가산 지급토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권력은 노동자권리를 짓밟는 데는 거리낌이 없다. 기업의 옷을 걸친 자본을 위해서라면 거침이 없다. 고용노동부·검찰, 심지어 법원까지도 노동자권리를 위한 노동법보다 국민경제를 상위에 놓고서 법을 해석·집행하는 지경인데 국민경제의 중심단위가 바로 기업이다. 그러니 그 기업을 위해서 이번에는 집권여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장시간 근로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에 대못질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 대한민국에서 법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법정근로시간은 법이 정한 최장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 50조는 이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없다”고 분명히 정하고 있다(제50조 제1항). 이를 위반하면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110조 제1호). 독일·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 이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법 규정은 전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최장의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이 법정근로시간, 즉 노동제의 법적 의미는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근로기준법은 53조에서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 연장근로할 수 있다고 정해서 법정근로시간이 우스꽝스럽게 돼버렸다. 근로계약·단체협약 등 뭐가 됐든 여기서 당사자 간 합의인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의 판결을 통해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연장해 버리는 법집행을 했다(대법원 1993.12.21. 선고 93누5796 판결; 대법원 1995.2.10. 선고 94다19228 판결; 대법원 2000.6.23. 선고 98다54960 판결 등).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노동제는 의미를 잃고 말았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시 주 48시간, 1989년 주 44시간, 2003년 주 40시간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최장근로시간을 규제하는 법정근로시간·노동제가 아닌 것으로 법집행되고 말았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너무도 당연하게 벌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스꽝스럽게 만든 연장근로제도이지 법정근로시간제도, 즉 노동제가 아니다.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근기법 50조는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수 없다고, 이걸 위반하면 사용자를 처벌한다고 그야말로 최장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법조항으로서 흠잡을 것이 없다. 그렇다면 국가권력은 법정근로시간으로서 법집행을 해야 한다. 53조 연장근로제도로 이 법정근로시간을 사문화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50조가 사문화되지 않도록 해석해 법집행해야 한다. 법원이 53조로 50조를 사실상 사문화하는 판결을 해오고 있다면 50조 법정근로시간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검찰·법원 등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은 53조로 50조를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법집행을 해 왔다. 그러더니 12시간도 모자라다고 20시간으로 하겠다고 근로기준법 개정 운운하고 있다. 근로시간단축 ‘방안’이라며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을 무덤에 묻고 주 60시간까지 최장근로시간을 보장하겠다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3. 도대체 이 나라는 자본도 권력도 배터져라 먹어도 배부른 줄을 모르고, 주 40시간 노동제를 주 60시간 노동제로 만들겠다고 자본과 권력이 합작해서 추진하겠다고 노골적으로 근로시간단축 ‘방안’으로 선언을 했다. 1주간 20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겠다고 새누리당은 기업인들의 요청을 받고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나라에서 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다.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주 60시간 노동제 운운하고 있다. 지금이 공장법에 의해 최장근로시간을 규제하던 19세기 초반도 아니다. 이미 19세기 중후반에 노동운동이 주 48시간 노동제를 내세워 투쟁해서 1917년 러시아혁명을 통해, 그 직후인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 제1호 협약으로 주 48시간 노동제가 선언돼 20세기에는 그것이 최소한의 노동자권리로 나라들에서 보장하고 나아가 주 40시간·주 35시간 노동제까지 노동자권리로 확보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주 48시간 노동제도 장시간 노동제라고 여길 정도가 됐다. 그런데 주 60시간 노동제라니 도대체가 그걸 근로시간단축이라며 입법하겠다는 방안에 나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없다. 이 나라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이 이걸 저지할 수 있으리란 것에 나는 자신이 없다. 2000년대 초 주 40시간 결사대로 상경노숙투쟁까지 하면서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해낸 금속노동자들이 그대로 살아있는데도 오늘 그때 쟁취해 낸 것들을 빼앗고 더 빼앗겠다는데도 과연 그들이 떨쳐 일어서리라는 자신이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될 수 있는 임금이라고 선고하고서 첫 임·단협인 2014년 판례 기준이면 해당하는 사업장은 당연히,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라도 법보다 우월한 노동자권리를 교섭과 쟁의로 쟁취하는 것을 대한민국법은 노조의 일이라고 선언하고 있으니 교섭과 쟁의를 통해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보하게 되리라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돼야만 한다는 당위와 뒤섞어 수도 없이 나는 말했었다. 그러나 노조는 기업노조·기업지부는 물론 금속노조·산별노조조차도 아니었다. 쟁취해 낼 의지도 힘도 없었다. 이런 걸 중소사업장이든 대기업 사업장이든 수없이 지켜보고 났더니 이제 나는 자신이 없다. 법정근로시간·노동제를 더 이상 노동제가 아니게 하겠다는, 사실상 노동제를 폐지하겠다는 자본과 권력의 일을 막아낼 의지와 힘이 이 나라 노동운동에 남아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자신이 없다.

4. 어디 이것들뿐이겠는가. 근로기준법 50조 법정근로시간이 노동제 아닌 것으로 망가져 버린 것이 어디 자본과 권력, 그리고 이에 맞설 힘이 없었던 이 나라 노동운동의 탓만이겠는가.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에서 전문가지원단이 제안했다는 안은 1주 연장근로를 20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었다(매일노동뉴스2014.10.6. 6면 참조). 연장·휴일·야간 근로의 가산임금을 중첩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출했다지만 이 나라 전문가들은 주 60시간으로 최장근로시간을 규제하는 것으로 제안한 것이다. 전문가지원단의 제안은 근로기준법 50조에서 정한 주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노동제는 더 이상 최장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게 돼서 노동자들은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으로 일해 왔다. 이렇게 전문가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노동제가 무엇인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한통속이었으니 노동자는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장수준으로 일하고 일해 왔다.

5. 이 나라에서 근로시간단축 방안은 간단하다. 그저 근로기준법 50조가 정한 대로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이걸 위반한 사용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면 된다. 이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 것이 “당사자 간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53조다. 그러니 53조는 예외규정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당사자 간 합의’를 엄격히 해석해 예외적으로만 연장근로가 허용되는 것으로 법집행하면 된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판결은 예외규정을 원칙규정으로 파악해서 국가권력이 법집행을 해 왔고, 그것이 조만간 시정될 거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시간단축을 위해서 ‘당사자 간 합의’는, 근로계약·단체협약 등 체결시에 통상적으로 예정된 업무의 수행이 아니라 갑작스런 업무에 관한 것으로 목적상 제한을 하고, 연장근로 직전에 하도록 일정한 시기상 제한을 하며, 구체적인 연장근로의 일과 시간을 특정해 과반수노조 등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로 합의의 대상 및 방식에서 제한을 하고, 노동행정관서에 신고와 감독에서 제한을 하는 것으로 엄격히 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법정근로시간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다.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노동제를 보장하고 있다고 변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시간단축을 위한 방안이라면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50조를 살려내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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