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전교조 상근변호사

9월19일 서울고등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2심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유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전제가 된 법률인 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해직교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써 1심 판결 이후 교육부가 추진한 이른바 법외노조 후속조치들은 일제히 중단됐다.

지금까지 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를 하면서 내세운 유일한 이유는 전교조가 현행 실정법인 교원노조법 제2조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바로 그 법률의 위헌성이 의심되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여기서 생기는 한 가지 의문. 그렇다면 해직교원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전교조의 모든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사상 유례없는 처분을 감행한 노동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던 걸까.

1998년으로 시계를 돌려 보자. 97년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98년 ‘실업자·해고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 보장’과 ‘교원의 노조 결성권 보장’에 합의했다. 대내적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해고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이들의 조합원 자격이 문제가 됐고, 대외적으로는 91년 국제노동기구 (ILO) 가입,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으로 한국의 노동관계법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정위는 ‘해고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 인정’과 ‘교원의 노조 결성권 보장’ 등에 합의하면서, 특히 해직교원과 관련해 향후 ‘해고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이 인정되면 이와 연동해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교원노조 역시 초기업 단위노조로서 직종별 노조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합의사실은 당시 언론에 널리 보도됐다.

그러나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노사정위는 99년 교원노조법 제정안을 합의하면서, 당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의 규정을 교원노조법 제2조의 규정으로 그대로 가져왔다. 당시 노사정 합의에 따르면 조만간 해고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을 위한 노조법 제2조의 개정이 이뤄질 것이고, 그러면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 제2조를 개정한다는 전제하에 잠정적으로 노조법 제2조의 해고자 노조 가입 금지 규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개정하겠다"는 약속은 그 후 수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았다. 당연히 이와 연동하기로 한 교원노조법 제2조의 개정도 미뤄졌다.

이와 같이 해고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이 입법을 통해 해결되지 못하는 사이 2004년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해고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애당초 특정 기업에 취업하고 있을 것을 조합원의 자격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는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조의 경우 특정 기업에서 해고됐다는 것이 조합원 자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를 기업별노조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축소해석하고, 산별·직종별·지역별 노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노동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는커녕, 초기업 단위노조인 청년유니온이 구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시 한 번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침해를 이유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노조법 제2조의 폐지를 권고했다.

다시 2014년으로 돌아와 보자. 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실정법인 교원노조법 제2조를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14년간 활동한 6만 조합원의 지위를 박탈했다.

과연 노동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성을 몰랐던 것일까. 우리나라 최고의 실정법은 헌법이며,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하위법률은 효력이 없다는 것을 모른 채 그토록 실정법 운운하며 교원노조법의 준수를 강변했던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무수한 증거들이 있다. 95년 OECD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약속, 98년 노사정 합의, 2004년 대법원 판례, 2014년 국가인권위의 권고…. 귀를 막고 모르쇠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모를 수가 없다. 더욱이 노동부 스스로 약속하고 합의한 것들이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한 약속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98년 노사정 합의를 이행해야 할 당사자로서, 헌법에 위반되는 노동관계법령을 개정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 주무부처로서, '사용자부'가 아닌 노동부로서, 아주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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