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통합은 꼭 이뤄야 할 과제 중 과제다. ‘노동계 통합 선언’이라고 한다면 그 순간 정치권의 눈에는 170만 조합원과 그 가족들이 ‘표’로 보일 것이다. 이 정도 단결이라면 어느 정치가든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철도노조 사태, 민주노총 침탈 등 반노동자적 행위로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자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오늘도 이렇게 믿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올해 7월 펴낸 자서전 <노동은 밥이다>(사진·미래를 소유한 사람들·1만4천원)를 통해 그의 노동운동 평생 간직해 왔던 노동계 통합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꿈을 다시금 강조했다.

<노동은 밥이다>가 나온 시점은 그가 막 7·30 재보선 공천에서 떨어졌을 때였다. 하지만 그는 “노회한 정치인들에게 당했다”면서도 “껄껄껄” 웃으며 통 크게 넘겨 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계 통합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어느 때보다 와 닿았던 때였을 것이다.

◇1국 1노총과 중앙노사관계를 꿈꾸다=이 전 최고위원은 <노동은 밥이다>를 통해 평소의 지론이었던 양대 노총 통합을 당부했다. 과거 어용이라 비판받았던 한국노총은 부단한 자성과 개혁, 연대를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고 자신했다. 그는 노조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개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사회개혁적 조합주의’ 노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사회적 기여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노동계 통합방안은 ‘1국 1노총’이다. 양대 노총의 비효율적 경쟁을 끝내고 통합을 통한 역량 극대화로 노동자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3 노총은 노동계 통합과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는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노동당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호가 가능했던 것처럼 한국의 노조도 임금투쟁에 머물지 말고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세력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계는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다양한 정치세력화 실험을 해 왔다. 한국노총 역시 녹색사민당 창당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정책연대, 옛 민주통합당 조직통합 같은 실험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 참여는 일본노총(렌고)을 모델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이 노동계와의 약속을 지키게 하려면 노조 스스로 강고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노조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이 전 최고위원은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주문했다. 노사 대표성을 가진 노총과 경총이 중앙노사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 간 사회적 대화기구 설치나 공동사업 실천기구를 만들어 노사가 함께 일자리·교육·직업훈련 사업을 하자는 제안이다.

◇전현직 대통령 평가 ‘눈길’=<노동은 밥이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전 최고위원이 직접 만나 본 역대 대통령과 노동계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국민에게 다가간 사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동계를 탄압한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과 대화가 부족한 인사로 그렸다.

고마웠던 노동계 인물은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을 꼽았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도 관심을 모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7·30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이튿날 사퇴했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동반 사퇴했다. 그는 <노동은 밥이다> 말미에서 “정치세력화 시도 과정에서 정치권의 한 중앙에 와 있는 노동운동가로서, 그 길이 나의 숙명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 이용득, 그의 앞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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