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젠 공무원인가. 한동안 대기업 정규직이더니. 노무현 정권부터 지겹도록 대기업 정규직타령이었다. 아니다. 김대중 정권에서도 그랬나. 어쨌든 10여년 동안 대한민국은 대기업 정규직을 야단쳤다.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도, 중소기업 노동자의 저임금도, 비정규직 양산도 모두 대기업 정규직 탓이었다.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조건의 하향 조정을 가로막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는 귀족노조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통상임금·노동시간 단축·고용 등 노동문제는 물론이고 기업경쟁력·국민경제 문제까지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그 노조가 문제라는 말이 따라 다닌다. 그랬는데 이젠 공무원인가.

2. 도대체 공무원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공무원에게 무슨 특별한 대우가 보장되기에 이렇게 야단인지, 공무원연금제도 개혁 토론회 이후 언론이 기획기사로 내보내고 있는 뉴스를 읽어 봤다. 뉴스는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시근무하며, 높은 수준으로 공무원연금을 지급받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년까지 고용은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도 보장돼 있다. 기간제 노동자가 아니면 정년이 보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정년보장이 공무원에게 특별한 대우가 아니다. 정년을 보장했으면 이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민간기업의 실질적인 정년은 53세니 뭐니 해서 조기퇴출이다. 정년을 한참 앞두고 명예퇴직·희망퇴직 등 자의의 형식이거나 정리해고 등 강제의 방법으로 사업장에서 쫓겨 나는 것이 현실이다. 근래 들어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다, 정상화다 하며 공기업 등 공공기관 노동자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퇴직해야 했다. 정년이 보장돼 있어도 정년까지 일하고 퇴직하도록 실제로 보장해 주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바로 이런 이 나라의 노동현실이 법이 정한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원을 특별하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년에선 공무원이든 기업체 노동자든 별 차이가 없다. 일반 노동자도 보장된 정년은 보장해 준다면 차이가 없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60세 정년이 법에 의해서 보장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고, 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간주한다(제19조). 이 법이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0명 미만 사업장도 2017년부터는 이 법이 시행·적용된다. 이렇게 일반 노동자도 정년이 보장돼 있음에도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지 않는 사용자들의 행태가 공무원의 정년보장이 무슨 특별 대우여서 문제라도 되는 듯이 부각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은 아무렇지 않게 공무원도 퇴출하도록 하겠다고 일반 사업장의 사용자와 다름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1일 8시간 정시근무, 이른바 ‘칼퇴근’이 이 나라 노동자들은 부럽다. 특히 밤낮으로 교대제로 근무하고 잔업·특근을 상시적으로 하는 이 나라 노동자들에겐 공무원이 너무도 부럽다. 그런데 일반 노동자에게도 보장된 대한민국의 법정근로시간이다.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사용자는 준수해야 한다고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다(제50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우리의 사업장에서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의 근로시간을 부럽다 하는 것이다. 법정근로시간, 즉 노동제를 보장한 법이 제대로 준수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하고 강력한 법집행을 하면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공무원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 법정외 근로·장시간근로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일 아닌 삶은 여유가 없다고 하는 거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많이 받게 되니 확실히 좋다. 소득대체율이 60% 이상이라니 국민연금의 40%보다 낫다. 특별하긴 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대한민국이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인 공무원을 배려해 주는 훌륭한 사용자여서 그런가. 2007년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조사 발표해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재인용한 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예산으로 부담하는 연금 및 퇴직금(수당)은 9.6%로, 민간기업의 12.8%보다 오히려 낮다. 이건 뭘 말하는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국민연금관리공단보다 자산운영능력이 월등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관해서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제라도 국민연금의 자산운영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맡기는 것으로 국민연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테니 굳이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혁한다고 요란을 떨 일도 아니다. 이것이 아니라면 결국 공무원이 제가 받는 월급에서 나머지를 채워 넣고 일반 노동자들이 받는 퇴직금까지도 받지 않고서 사실상 그걸 연금에 밀어 넣는 것으로 연금을 더 받는다는 걸 말한다. 그래서 더 받는다는 것인데 그걸 두고서 많다고 삭감하겠다고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국민연금에 비해 특별히 많이 받는다고 개혁한다고, 장차 국가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고 공무원에게 많이 부담시키고 적게 받게 하도록 추진한다고 요란하다. 가입기간을 따져보니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이 고작 20%에 불과하다는 국민연금, 그것과 비교해서 공무원연금제도를 문제라고 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제 기능도 못하는 국민연금제도이고, 개혁할 것은 공무원연금제도가 아니라 국민연금제도다.

공무원이 뭐가 문제라는데 도대체 무엇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공무원이 아니라 보장된 정년제도를 무시하고서 조기 퇴직시켜 고용을 보장 않고, 법정근로시간이 유명무실하도록 장시간 노동을 시키며, 퇴직 후 노후생활보장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국민연금제도다.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 노동자의 권리를 국가와 사용자들이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공무원의 무엇이 문제라고 몰아가고 있다. 이런 방식은 비정규직 등 온갖 문제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노조의 탓으로 돌려 돌팔매질해온 방식과 너무도 닮아 있다.

3. 그동안 공무원은 사용자 대한민국이 정년까지 고용보장 등 신분 및 처우를 두텁게 보장해준다는 것이 공무원의 단체행동 등 노동기본권을 제한·금지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는 결정해 왔다(헌법재판소 1992. 4. 28. 선고 90헌바27 결정 등 참조). 심지어 이를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준용하도록 한 사립학교법에 관한 위헌재판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일반근로자에게 근로3권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조합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게 하고,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의 행사를 통해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스스로 기할 수 있도록 한 것에 갈음하여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법률의 규정으로 직접 보수와 신분의 보장을 하”고 있다며 합헌이라고 결정했었다(헌법재판소 1991. 7. 22. 선고 89헌가106 결정 등 참조). 심지어 해직자문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교직원노동조합를 법외노조로 통보하면서도 공무원·교원은 위와 같이 일반노동자와는 법률로 신분 지위를 달리하고 있다고 대한민국은 변명하고 법원은 판결했다.

신분 및 보수 등 처우가 보장된다고 공무원, 심지어는 사립학교 교원조차도 헌법이 노동자에게 보장한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제한, 금지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왔던 것이다. 공무원에게 보장되는 신분 및 보수 등 처우에는 정년까지 고용보장, 1일 8시간이내 정시근무, 그리고 공무원연금제도에 의한 퇴직 후 연금 수령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러니 만약 더 이상 공무원의 신분 및 처우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제한 없이 공무원에게 단체행동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일반 노동자와는 달리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국가 대한민국은 사용자다. 사용자 대한민국은 그저 노사 중립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국가 내지 공공의 이익대표자일 수가 없다. 공무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4.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있다. 그런데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지 못하니 정규직 탓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이라도 사용자를 상대로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서 사용자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투쟁하지 못해서 정규직 탓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고 제한하는 노동문제에 관한 책임은 사용자에 있고,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문제에 관한 책임은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를 설계, 운영해오지 못한 대한민국에 있다. 비정규직문제에 정규직 노동자에게 죄가 없다. 마찬가지로 오늘 대한민국의 노동문제, 국민연금 문제에 공무원에게 죄가 없다.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노동자가 문제가 아니다.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는 문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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