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발언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어요.”

검찰은 이틀 만에 반응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해 허위사실 유포자와 전달자를 강력히 처벌하겠습니다.”

국민은 사이버 망명을 택합니다.

‘사이버’라는 표현을 빼 보세요. 누가 봐도 군부독재 시절의 일 아닌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4년 9월 한국 사회의 모습입니다.

사이버 망명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1주일쯤 지났을까요. 독일에 본사를 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부문 1위에 오른 겁니다. 러시아 출신 드로프 형제가 만든 텔레그램은 러시아 당국의 검열을 피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안이 탁월합니다. 메시지가 암호화돼 있지요. 메시지 자동삭제 기능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덤입니다.

텔레그램을 스마트폰에 깔았습니다. 적잖은 인사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그런데 코멘트가 거의 똑같습니다. “피난 오셨네요!”

뭐지, 책에서 봤던 이 60~70년대 느낌은? ‘미네르바’ 혹은 ‘유언비어 통신’ 코스프레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한국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검열은 강화되고, 갈등은 늘어납니다. 정부 정책과 국민이 맞부딪치는 제주 강정에서, 밀양에서, 심지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있는 광화문에서조차 사회적 대화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던져 준 엄청난 고민거리는 ‘해경 해체’로 일축해 버렸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숱한 의혹 중 하나일 뿐입니다.

반면 노동자들의 바람은 소박합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는 노동법을 제대로 적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죽지 않고 일할 환경’을 바랍니다. 공무원들은 용돈이 아니라 노후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금을 원합니다. 민간기업 노동자들은 “대체공휴일에 우리도 쉬고 싶다”고 하소연합니다.

정권 타도나 재벌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상적인 생활’로 요약됩니다. 이번호에는 그런 소망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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