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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눈물, 우리는 철도고객센터의 감정노동자입니다
최영연
노무사
(민주노총 법률원 대전충청지부)

대중교통인 철도를 이용하다가 불편사항이 발생하면 어디로 전화를 걸어야 할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한국철도공사 고객참여 마당(철도고객센터 1544-7788)'이라고 뜬다.

그러나 전화 너머에서 흥분한 고객을 응대하는 상담원들은 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주)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대부분의 민원 고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간접고용 용역노동자에 불과한 상담원들에게 폭언을 하거나, 철도공사의 보상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일쑤다. 상담원들은 이런 요구까지 방어해야 한다.

철도고객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을 응대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 콜센터 상담원 숫자가 100만여명인데, 그중 66% 이상이 위탁업체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다. 그러다 보니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이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상담원들은 강성 민원고객을 상대하거나, 성희롱이나 욕설을 하는 고객을 응대한 후에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받지 못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우울한 기분으로 다른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실제로 민원고객 응대 후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데 관리자가 쫓아와 콜 인입량이 많으니 바로 업무에 들어가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철도공사로부터 철도운영 관련 안내와 철도예매서비스, 각종 민원 접수 등의 업무를 위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네트웍스 철도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올해 4월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일하면서 가장 힘들다고 호소하는 점은 지나치게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우선 외부와 단절된 폐쇄된 공간에서 일하는 업무 특성상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다른 노동에 비해 매우 용이하다. 전화 응답률 최대화를 위해 개인별· 팀별 경쟁구도를 조장해 실적관리를 하고 임금에 반영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상담원들의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실적관리를 위한 평가기준도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적인 연차사용도 제한하고, 1시간의 휴게시간조차 5~15분 정도 일찍 대기하도록 지시해 상담원들은 숨 쉬기조차 힘들다. 또한 출퇴근 전후에 조회·교육·업무 전 준비시간 등을 이유로 10~30분 정도의 시간외근무를 강요한다. 이를 어기면 근태에 반영해 임금을 삭감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

3년 전 300여명으로 운영되던 철도고객센터는 점점 인원이 줄어들어 현재는 160여명의 상담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담원들의 업무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고객과의 상담이 끝나자마자 3초 이내로 또 다른 고객상담 전화가 연결돼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고도 일반 상담원의 기본급은 102만원이고 각종 수당과 성과급을 포함해도 150만원 정도다. 성대결절과 요통·방광염 등 일하면서 생긴 질병으로 사용자에게 산재처리를 요구해 본 적도 없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꿔 보기 위해 철도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스스로 일어섰다. 그리고 “우리도 인간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철도고객센터 상담원들의 노동인권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단체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영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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