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복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공무원연금이 도마에 올랐다. 당·정·청은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퇴직수당을 늘리는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당사자들의 기고를 통해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살펴본다.<편집자>



2010년 공무원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안기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됐다. 기여금은 5.5%에서 7%로 27% 인상됐고, 연금 산정기준은 ‘최근 3년’에서 ‘전 재직 기간 평균’으로 바뀌었다. 연금지급 개시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다. 연금지급률과 유족연금은 10% 인하됐다. 이런 개악된 법을 공무원들은 감내했다.

5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또다시 연금 개혁논의로 100만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교직사회는 그 여파가 더욱 심각하다. 일부 시·도는 예년의 6배 가까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랜 교직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교원들의 동요는 학생들의 피해와 국가의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번 공무원연금 파동을 촉발한 것은 정부가 올해 4월 발표한 ‘201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 부채는 1천117조3천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215조2천억원이나 늘었고, 이 중 연금충당부채가 596조3천억원으로 159조4천억원 증가했다. 결국 전체 부채 증가의 74.1%가 연금충당부채라는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회계상 장기추계된 것을 말한다. 공무원연금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실질적인 부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보전한 금액은 2조원이다. 이것 또한 언론이 보도하는 ‘적자’가 아니라 고용주체로서 정부가 마땅히 내야 하는 법적 ‘부담금’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게 하는 국가재정 파탄의 주범인 양 몰아세우고 있다.

정부는 호도된 정보에 따른 국민 감정을 악용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일방적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 연금제도의 기본 목적인 적정한 노후생활 보장이 아니라 연금재정 건전성에 급급한 나머지 연금재정 수지를 맞추기 위해 무조건 연금을 대폭 깎아야 한다는 논리는 공적연금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공적연금 무력화를 이미 국민연금에서 목도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이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

첫째, 여론몰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연금의 기능을 상실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동일 선상에 놓고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순수 사회보장 차원의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직역연금제도다. 공무원으로서 신분상 제약과 강한 봉사성에 대한 대가라는 점, 연금 기여율이 높다는 점, 연금수급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등용을 위한 인사정책적 종합복지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연금제도로서의 특수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둘째, 공적연금제도의 발전을 담보하는 논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연금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을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연금재정 부족을 강조하며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낮은 부담률이 큰 원인이다. 연금기금 마련을 위해 정부와 공무원은 일대일의 균등부담을 해 왔다. 반면 일본·미국·독일·프랑스와 같은 주요 선진국 정부는 공무원보다 2배에서 5배까지 부담하고 있다. 직업공무원제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한국 정부의 낮은 책임 문제도 곱씹어 봐야 한다.

셋째, 밀실 추진은 안 된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과 수급자의 입장을 고려해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매번 연금전문가들이 산정한 60~70년 후의 연금재정추계를 들이대며 개혁방안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연금재정추계는 물가상승률 등의 산식에서 변수 하나만 조정하더라도 수십조원이 뒤바뀐다. 밀실논의 탓에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공직사회와 교단이 흔들리게 해서도 안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공무원연금은 국가와 공무원의 근로관계에서 생기는 후불 임금의 성격과 각종 금지의무가 부과된 직업공무원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된 직역연금이다.

선진국과 같이 국가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의 참여를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한다.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공적연금 전반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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