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이 도마에 올랐다. 당·정·청은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퇴직수당을 늘리는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당사자들의 기고를 통해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살펴본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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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택
행정부공무원노조 위원장

공적연금제도의 기본적인 역할과 특성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사회임금과 노후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금개혁에 있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대립하지 않는다.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보편적 공적연금의 정착, 사회보장시스템 강화를 위해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익구조 불균형으로 심각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공적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생존권인 연금을 다루면서 이해당사자를 참여시키면 개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이러한 구조를 만든 장본인이 정부이며 연금을 운영해 온 것도 정부라는 사실이다. 공무원은 연금에서 정해진 기여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며 퇴직 후 정해진 대로 연금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책 실패에 대한 그 어떠한 사과도 없이 마치 공무원이 연금을 부당하게 많이 받아 가는, 연금부실의 원흉이라도 되는 양 호도하고 있다. 국민과 다른 특권을 누리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로 왜곡하고, 국민의 혈세로 공무원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해서 국민의 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무조건적으로 현재의 제도를 사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일방적 개악에 반대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사회구조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무원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공무원 노동계도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대안을 수립하려면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재정고갈과 부실운영의 책임을 정확하게 가려 소중한 우리의 공무원연금이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일반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퇴직급여(퇴직금)와 재해보상, 민간보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보수, 정치활동 금지, 노동기본권 제한, 영리행위 및 겸직금지, 퇴직 후 재취업 제한 등 공무원들의 신분상 제약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들이 선행됐을 때 형평성 비교도 설득력을 가진다.

셋째 공무원연금을 올바르게 개선하기 위해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문제는 여타 사회제도와는 달리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평생 산업화의 역군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켜 온 국민이 노령화돼 절대빈곤에 처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발전에 기여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노인층의 절대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려고 공적연금 제도를 도입했으면, 재정악화를 핑계 삼아 공적연금을 용돈 수준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당사자를 참여시켜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국민이 노후에 공적연금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받고 안정적인 소비계층 역할을 한다면 이 또한 국가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일익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연금이 연금답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시켜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상향평준화시켜야 한다.

공무원 노동계는 국민과 함께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 취지대로 복원하기 위해 2014년을 공적연금이 새롭게 태어나는 복지 원년으로 삼고 최선봉에 서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공적연금 이해당사자의 당연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연금개정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당사자의 참여를 철저히 보장하는 가운데 사회적 합의안 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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