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광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공무원연금이 도마에 올랐다. 당·정·청은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퇴직수당을 늘리는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당사자들의 기고를 통해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살펴본다.<편집자>

공무원연금 때문에 졸지에 공무원들이 언론과 국민의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 산불을 끄고, 수해현장을 누비고, 가축 전염병 방역과 제설작업에 동원되면서도 본연의 업무를 미루지 않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내가 대한민국의 기둥이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발전한 것도 정직한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스무살에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4년을 근무해 왔다. 항상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직·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필자에게 공무원연금 관련 뉴스는 접할 때마다 참으로 괴롭다. 과연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특별한 혜택인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과 수익비 비슷

2010년 공무원연금법이 개악되기 전에는 분명 지금의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많은 노후소득을 보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이 2007년 개악되기 전에는 어떠했는가. 그 당시 수익비(퇴직 후 받는 연금 총액을 납부한 금액 총액으로 나눈 비율)만 따지면 공무원연금을 포기하고 국민연금으로 가고 싶다는 유혹이 생길 만큼 국민연금도 노후소득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었다.

2007년 이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0%였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연금을 2007년 소득대체율 40%로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대폭 삭감해 ‘깡통연금’으로 만들었다. 뒤이어 공무원연금도 개악하면서 그 이후에 임용되는 후배 공무원들의 연금수령시기를 정년인 60세가 아닌 65세로 늦췄고, 소득대체율도 40% 수준으로 개악했다.

진실을 말하자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익비는 거의 같다. 공무원이 10만원을 납부하고 퇴직 후 18만원의 연금을 수령한다면, 국민도 10만원을 납부한 경우 18만원을 연금으로 돌려받는다.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부담금을 적게 납부한 사람일수록 수익비는 2.4배까지 커지게 설계돼 있다.

6급 24년차인 필자는 매월 34만원의 연금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퇴직하면 156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것도 퇴직수당을 모두 연금으로 돌렸을 때 얘기다. 4천만원 남짓의 수당을 따로 받으면 연금은 130만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녀 4명의 대학학자금 대출금을 퇴직 후 10년 이상 상환해야 하는 탓에 연금 실수령액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언론과 정치권은 개정 전 공무원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선배 공무원들의 연금을 기준으로 삼고 마치 현직·미래의 공무원들도 그만큼 누리는 것처럼 매도하면서 우리들의 미래이자 마지막 희망인 연금을 또다시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떠벌리고 있다.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하는 행태에 형언하기 어려운 분노를 느낀다.

재벌의 공적연금 해체 시도 막아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목적과 기능이 다르다. 국민연금의 주요 목적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면, 공무원연금은 공직 근무기간 중 비리를 저지르지 말고, 민간보다 낮은 보수와 적은 퇴직금에도 오랜 기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하라는 국가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수단적 측면이 더해진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목적과 기능이 다르기에 성능에서 차이가 나는 공영버스와 관용차량을 두고 같은 교통수단이니 같은 연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럼 그들이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선진국 사례는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연금과 단순비교하면서 적자 운운하는 한편 사적연금시장 활성화를 말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또 무엇 때문인가. 진실은 바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거대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에 있다.

2007년 국민연금을 깡통으로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금 적립금의 증가속도를 축소하고자 함이었다. 기금이 440조원을 넘어가면서 국내 재벌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가 총액보다 연기금이 보유한 주식이 더 많아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에게 위협이 되는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재벌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공적자금인 연기금의 증가를 막고 그 재원을 재벌들이 운영하는 금융기관에 맡겨 국가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1% 부자들의 음모를 국민과 함께 막아 내야 한다.

공무원연금 삭감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sign.kgeu.org)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공무원노조는 국민의 노후가 행복한 세상,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만드는 길에서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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