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지낼 수 있었던 때가 추석이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대체휴일제도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수십, 수백, 수천 일을 거리에서, 굴뚝에서, 농성장에서 보내는 노동자들 말이다. 이들은 정리해고로, 간접고용 폐해로, 교섭단절로 자신의 사랑하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가족들의 근심으로 고민이 많지만, 떳떳하게 직장에 복귀하기 위해 오늘도 싸우고 있다. 추석을 앞둔 장기투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티브로드와의 교섭창구 열려야 

이시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장

파업을 시작한 지 90일이 돼 간다. 최근 조합원들과 향후 투쟁계획에 대해 토론한 결과 파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앞 농성도 지속할 것이다. 추석연휴에도 농성장을 지킬 것이다.

조합원들은 투쟁을 더 하길 원한다.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십수 년 동안 겪었던 억압과 착취에 비하면 최근 몇 달간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원청인 티브로드 홀딩스만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사회적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계기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이 드는데도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만큼, 정부·국회·시민단체는 조속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청과의 교섭창구를 열어 주길 바란다.

원청이 당장 우리를 직접 고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청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협력업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협력업체들은 노동자들을 탄압하거나 개악안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원청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협력업체도 피해를 보는 것이 많지 않나. 협력업체로서 원청에 하고 싶은 얘기는 해야 한다. 그래야 노사가 함께 살 수 있다.

마음 무거운 추석, 그래도 버텨 냅시다 

고동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투쟁에 연대하느라 광화문에 머물기도 하고,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가처분 소송 때문에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앞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추석이라고 들뜬 마음은 없다. 오히려 좀 더 무거운 마음이다. 법원에서 이겨 좋은 소식을 들고 부모님 찾아뵙기만 바라는 마음이다.

올해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더 걱정이다. 우리야 6년째 이런 마음이지만 이런 명절을 처음 맞는 그분들 마음이 어떨지…. 추석 전에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논의됐으면 좋겠다.

추석이 끝나면 국정감사가 열린다. 지난해에 회사는 인력충원을 전제로 해고자 복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는 다음달 생산물량이 줄었다며 교대제를 변경한다고 한다. 물량이 줄어든 조립 3팀을 주야2교대에서 주간만 한다는 거다. 그런데 실질적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공장 안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살인적이다.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노동자가 200여명씩 된다. 거기다 이번 인력수급계획은 고작 3개월짜리다. 어떻게 투쟁할지 논의 중이다. 안에서는 일하다 죽고, 밖에서는 복직하지 못해 굶어 죽는 죽음의 연쇄를 끊어야 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나와 마찬가지로 장기투쟁 중인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버텨 내자'는 것이다. 명절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약해진다. 우리가 옳으니까, 끝내 현장으로 돌아갈 거니까 다들 안 죽고 살았으면 좋겠다. 힘내자.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대화 나눠야 

조주찬
디어포스노조 위원장

4일로 파업 67일째 접어든다. 표면적인 쟁점은 임금과 단체협약에 대한 이견이지만 실상은 회사가 이번 기회에 노조를 없애려는 기획을 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디어포스는 세계 5위권에 드는 연마지·포 전문 생산업체다. 지난해도 사상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가 시급 3천원 인상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올해 6월 노조가 준법투쟁을 벌일 당시 사측 중간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을 향해 "파업에 참가하지 마라. 노조를 없앨 것이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했다. 애초부터 회사는 노조와 대화나 협상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날도 추석을 앞두고 오전에 실무교섭이 열렸지만 아무런 진전 없이 종료됐다. 그동안 비인간적 대우와 인권침해에 시달려 왔던 조합원들은 월급을 못 받은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투쟁자금을 보태고 있다. 회사가 노조를 인정할 때까지 추석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때까지도 싸울 각오를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공장 분리매각 막아야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

지난 3일로 공장 분리매각 저지와 복직을 위해 공장 굴뚝에 올라 온 지 딱 100일이 됐다. 20년간 다닌 일터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나고 어용노조 때문에 고통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 계신 동지들이 찾아온 덕분에 힘을 많이 받았다. 그들 역시 저처럼 고통을 받는 분들이었다.

추석 명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껴안아 그들의 고통이 없어지면 좋겠다. 우리뿐 아니라 전국 노동자들의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노동자가 100일 넘게 공장 굴뚝에 올라 농성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타케미칼 공장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타케미칼과 그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는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스타케미칼 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공장이 분리매각 되면 우리가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 빠른 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돼 우리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찾고 싶다.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길 간절히 바란다.

코오롱 정리해고 10년...불매운동까지 나선 이유 

최일배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

코오롱 정리해고에 맞서 10년간 복직투쟁을 했다. 정리해고 된 78명의 노동자 중 현재 12명이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생계가 급박할 때는 투쟁기금을 보태는 방법으로 생업에 뛰어든다. 10년 동안 투쟁하면서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와 구미 공장을 번갈아 가면서 천막농성을 했다. 법원에서까지 코오롱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다 보니 투쟁이 쉽지 않았다.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정리해고가 과연 정당했는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코오롱은 재계 순위 23위의 기업이었다. 덩치가 큰 대기업이 78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것으로 경영 정상화를 할 수 있을까. 한때 코오롱 노동자였던 우리가 코오롱 물건을 사지 말자고 불매운동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10년 가까이 복직투쟁을 하면서 제대로 된 교섭 한 번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전국에 있는 명산을 돌아다니면서 코오롱 스포츠의 아웃도어 브랜드 불매운동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도 했다.

코오롱뿐만 아니라 다른 투쟁 사업장에서도 농성을 하면 장기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경영을 할 수 없다면, 정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아니라면 정리해고를 할 수 없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코오롱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부당한 정리해고를 한 기업에 경각심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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