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절 통일대회는 1일 오전 9시30분께 상기된 표정이 역력한 남녘 노동자들이 북의 철도동맹 여성취주악단의 '반갑습니다'란 노래 반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도열한 북녘 노동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김정숙휴양소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단일기와 3개 단체기를 앞세운 대표단이 입장했으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첫 순서인 기념식이 3개 단체 대표단장들의 인사말과 각 단체 1명씩의 연설 순으로 진행됐다.

○… 사상 첫 공동 노동절 행사라는 역사적 의미도 그렇지만 난생 처음 만나 긴장되고 어색했던 행사장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기념식을 마친 뒤 곧바로 노동자예술단의 노래공연과 모란봉교예단의 교예공연이 이어지면서부터였다. 특히 이날 교예공연에선 지난해 남녘 초청공연 당시 인기를 끌었던 둥근쇠 위에 서기와 널뛰기는 물론, 어릿광대식의 공받기 묘기 등이 재연돼 남북 노동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여성취주악단에 '남남북녀' 실감

○… 이에 앞서 대회장에서 가장 먼저 남녘 참가자들의 눈길을 집중시킨 이들은 바로 철도연맹 소속 여성취주악단이었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실감나게 30여명 전원이 미모인데다가 쑥색 제복을 똑같이 차려 입고 악보도 보지 않은 채 대회 내내 훌륭한 연주 솜씨를 발휘, 특히 총각인 듯한 남녘 남성노동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이들 취주악단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가수들과 함께 남녘 노동자들의 경쟁적인 기념사진 찍기의 표적이 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 대회는 남북 노동자들이 뒤섞인 채, '자주팀'과 '단합팀'으로 편을 가른 상태에서 오락경기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고조돼 갔다. 특히 공 안고 이어달리기 순서에선 경험이 없는 남녘의, 특히 남성 노동자들이 머리 위에 고깔을 쓴 채 올려놓은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끄면서 목에 힘을 주거나 입 모양을 이상하게 해 보여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놀이경험이 풍부한 북녘의 여성 노동자들은 머리 위해 올린 공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남녘 노동자들이 '와'하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남녘노동자들 "같이 먹자" 연호

○… 이런 오락경기로 들뜬 가운데 오전행사를 모두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남녘 참가자들은 자리를 옮기라는 사회자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남녘 노동자들은 "같이 먹자"를 연호, 북녘 노동자들과 밥을 함께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남녘 노동자들은 이런 바람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인근 금강산여관으로 옮겨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시작할 무렵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은 오후 내내 그치질 않았다. 그러나 대회는 계속돼 자주와 단합팀으로 나뉜 남북의 남성노동자들의 축구경기가 치러졌으며 결과는 1대1 무승부였다. 한편 축구경기가 지속되는 동안 남북의 참가자들은 축대 위, 아래서 취주악대의 반주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등 신나는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북녘 여성노동자들은 당초의 수줍음을 잊은 듯 남녘의 남성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춤사위를 뽐내기도 했다.

○…대회의 마지막 순서인 연환모임에선 북녘의 노동자예술단과 남녘의 노래패 '희망새', 직장의보노조 율동패 '한우리'가 함께 나와 차례로 공연했다. 특히 북의 공훈가수 오송희씨가 '휘파람'이란 노래를 부르면서 참가자들과 함께 춤을 추는 등 더 한층 흥을 돋구자 참가자들은 3개 단체 깃발을 흔들며 대회장인 운동장을 돌기도 했다.

■'금단의 땅' 김정숙 휴양소 처음 밟아

○…대회의 모든 순서가 끝나 사회자가 폐회를 선언하자 직총 리진수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녘 노동자들은 또 운동장 출입구쪽에 열을 지어 선 뒤 일일이 악수를 칭하면서 남녘 노동자들을 환송했다. 북녘 노동자들 가운데 여성들 대부분은 그러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흘리면서 "꼭 다시 보자"거나 "통일된 조국에서 만나자"는 등의 인사말을 건네 남녘 노동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어떤 남북의 여성 참가자 2명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흐느끼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대해선 북녘 고위층이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중간중간에 평양 번호의 고급 승용차가 목격되는가 하면, 점심 식사 역시 평양에서 이날 새벽녘에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을 '공식' 상대한 직총이나 기자동맹 관계자는 자랑스레 "국방위원장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었기에 이번 행사가 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금강산을 이웃집 드나들 듯 했던 금강산드림투어 소속 안내원들도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금단의 땅'을 밟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안내원은 "온정각과 김정숙 휴양소와는 도로 하나 사이지만 사실 출입통제 구역이기 때문에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며 "이날처럼 흥겨운 분위기도 처음이지만 북녘 노동자들과 사진 찍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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