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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제를 위하여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014년, 온통 통상임금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시도하고 있다. 임금을 더 받겠다고, 임금을 더 주지 않겠다고 노동자와 사용자는 기를 쓰고 있다. 거기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하고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이 인상되는 경우도 있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더라도 임금이 인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국적 회사의 한 패스트푸드 사업장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주면서 고정 연장근로를 없애기로 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술이다. 현대차 등에 납품하는 한 자동차부품 사업장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주고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까지 도입해 주기로 했다. 2년 전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으로 산별노조 지부가 몰락하고 기업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이다. 기업노조와 이렇게 합의했다. 기존 10시간 이상 주야 맞교대제가 8시간의 교대제로 전환되고 월급제까지 도입하기로 합의했으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 외에도 2014년 임단협 교섭은 커다란 성과를 확보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렇게 통상임금의 문제는 근로시간의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시간의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2.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제50조). 분명히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니 초과해서 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강행규정이다(제110조 제1호). 이를 법정근로시간이라고 한다. 주 40시간 노동제다. 국가가 근로계약 등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인지 묻지 않고 강제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법률로 제한한 근로시간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이 법정근로시간을 최장의 근로시간으로 일하고 있지 못하다. 근로시간의 원칙적인 최장한도가 됨과 동시에 변형근로시간제, 연장근로 등의 기준이 된다고 법정기준시간, 기준근로시간, 법정근로시간 등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근로시간의 최장을 정하는 것이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법정근로시간은 법이 정한 최장의 근로시간이 아니었다. 단지 법정외 근로의 수당 지급의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이라고 이해해 왔다.

3. 근로기준법은 이 조항에서 별도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법정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53조 제1항). 어차피 근로시간은 근로계약의 내용이니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에서 정하는 것이고 당연히 당사자 간의 합의로 정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폭행·협박·감금·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서 노동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7조).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의 합의로 근로계약의 주된 내용, 근로시간에 관해 정한다. 당사자 간의 합의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1주간에 1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법이 정한 최장의 근로시간은 1주간에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이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이라고, 1일에 법정근로시간 1일 8시간에 1주 12시간까지 1일에 연장 가능한 근로시간이므로 이를 합산하면 일 20시간이라고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것이 되고 만다. 여기서 ‘당사자 간의 합의’가 무엇인지 보자. 학설은 합의의 주체에 관해서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개별적인 합의여야 한다는 견해(김유성), 노동자대표와 사용자의 합의여야 한다는 견해(김형배)가 있고, 합의의 방식에 관해서는 연장근로의 사유·시간수·업무내용 등이 명시된 서면 합의여야 한다는 견해(김형배, 이병태), 서면이든 구두든 가능하며 연장근로의 사유와 시간수, 업무범위, 유효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포함하지 않아도 되며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합의해도 되고 사전에 이를 합의하는 것도 된다는 견해(김유성, 임종률)가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개별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에 의한 합의도 가능하고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할 필요도 없고 근로계약 등으로 포괄적으로 미리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며 서면 합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누5796 판결;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9228 판결; 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등). 결국 이렇게 노동법학자들의 해석과 법원의 판례로 당사자 간의 합의로 가능한 1주 12시간까지의 근로시간의 연장은 최장근로시간을 법으로 제한하고자 한 근로기준법 제50조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이 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근로기준법 제50조의 법정근로시간은 노동자의 최장의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근로시간제, 즉 노동제로 기능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돼서 집행돼 왔다. 단지 연장근로 등 초과근로의 기준이 되는 기준근로시간으로 기능하도록 해서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서 지급하는 법정수당 산정 등의 기준 시간으로서 의미를 갖게 됐다.

4. 근로기준법 제50조는 분명히 1주간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근로시간의 한도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서 처벌까지 함으로써 엄격하게 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장근로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53조가 당사자 간의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 한도로 이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서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50조는 노동제로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됐다. 원칙은 법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있고 제53조로 그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노동제인데, 어찌된 일인지 예외규정에 의해서 원칙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원칙규정이 아닌, 예외규정이 일반조항이 되고 말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석해 집행함으로써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 과연 이러한 기존의 해석론과 판례가 타당한 것인가. 예외가 일반이 되고 원칙이 일반이 되지 못하거나 적용되는 경우조차 없게 되는 해석, 적용이 타당한 법의 해석이고 집행인 것인가.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에 관한 위와 같은 법 해석론에 의한다면 법정근로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이 스스로 정한 예외규정에 의해서 자살한 것이 된다. 도무지 타당한 법 해석이라 할 수가 없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분명히 1주간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이를 초과해서 일을 시킬 수 없다. 이에 반하는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그리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합의에 의해서도 이를 초과해서 일을 시킬 수 없다.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50조의 해석이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에서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50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법정근로시간임이 명확한 근로기준법 제50조를 제53조로 죽이는 해석을 해 왔다. 이것은 법 해석의 기본을 무시한 해석론일 수밖에 없고, 법을 죽인 법원의 판례였다. 강제근로가 금지된 근대의 법제에서 근로계약은 당연히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자유 계약이다. 그 근로계약을 전제로 하고서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 그것이 근로계약이든 단체협약이든 그저 당사자 간의 합의든 1주간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법정근로시간으로 근로기준법 제50조를 해석해서 적용해야 한다. 그 예외를 정한 법 규정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부정할 일은 아니다. 만약 예외의 법 규정이 일반조항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면 그 해석을 부정해야 한다. 예외의 법 규정이 예외로서 의미를 갖도록 해 일반조항을 부정하지 않도록 해석해야 한다.

5.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50조를 죽이고서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는 1주간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해서 사실상 근로시간의 제한 없이 일해 왔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에 의해서 1주간 40시간에 더해 12시간까지 초과할 수 있었고,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 집행해서 사용자는 이와 별도로 일을 시킬 수 있었다. 52시간·60시간·70시간…. 얼마든지 1주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사업장조차도 제한 없이 일을 시킬 수 있었다. 귀족노조·강성노조라 불리는 노동조합이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법정근로시간·노동제는 부정됐다. 그리고 지금 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하는 통상임금 문제가 대법원 판례로 사업장마다 주요한 임단협 현안으로 대두됐다. 여기서 사용자의 기술로 근로시간단축이 사용되고 있다. 고정 연장근로를 없애고, 주야 맞교대제를 8시간 교대제로 전환하면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근로시간단축은 기껏해야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1주간에 40시간, 1일 8시간이거나 이를 초과해서 일하는 것이고, 그것은 잘해야 총액수준으로 기존 임금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존의 임금수준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서 재산정한 기존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총액의 수준이 아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서 지급하던 임금총액을 교대제 변경 등으로 근로시간단축을 하고서 그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은 단축되지만 사실상 임금수준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추가 지급할 임금액만큼 삭감당하고 만다. 이런 일이 올해 임단협에서 여러 사업장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동차부품 사업장에서도 기업노조는 이런 사용자의 제시안에 합의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조합원을 위한다는 노동조합의 합의로 통상임금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권리가 이렇게 포기되고 있다. 법정근로시간·노동제로 근로기준법 제50조가 해석·집행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해석을 통해 죽인 노동제를 살려내는 일도 노동조합이 할 일이다. 단체협약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일은 조합원을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근로기준법 제50조를 살려내는 일은 대한민국 노동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1주간 40시간, 1일 8시간의 노동제를 살려 내자.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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