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노동자들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 금융노조가 다음달 3일 10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공공기관 노조들도 다음달 3일까지 전면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공공노동자들은 말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가짜 정상화’라고 말이다. 이미 정부는 정상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복지축소 등 단체협약 수정을 요구했고 상당수 관철시킨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등 규제완화까지 추진하고 있어 금융·공공노동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하기로 했지만 금융·공공노동자들은 정부 의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공공노동자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5명의 산별 대표자들에게 그 이유를 들었다.


10만 총파업으로 관치금융 철폐하겠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14년 만에 금융노동자들이 총파업의 칼을 빼들었다. 그만큼 금융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절박하다. 정부는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을 마음대로 농단하고 있다. KB금융의 부실징계 사태, 외환은행에 대한 조기통합 시도, 일방적 금융기관 재편으로 인한 구조조정 움직임, NH농협에 대한 신경분리 부족자본금 지원 약속 불이행, 우리은행·NH농협·수협에 대한 관치 MOU 약정, 외국계은행의 국부유출과 점포축소 등 금융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근원에는 금융산업을 멋대로 주무르며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관치금융이 자리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마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복지혜택을 없애면 공공기관 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복지의 축소나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잘못된 복지축소 정책은 사측에 산별교섭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고, 결국 올해 금융 산별교섭이 결렬되는 파국을 초래했다.

그래서 금융노동자들은 총파업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부당하게 죄인으로 낙인찍혀 억울하게 생존권을 위협받는 굴레를 끊어 내기 위해, 우리 미래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금융노동자들은 크게 단결했다. 금융노조는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모아 다음달 3일 10만 금융노동자의 총파업 투쟁으로 반드시 관치금융을 철폐하고 산별 임단투 승리를 쟁취해 낼 것이다.

무리한 정책 추진한 장본인부터 색출해야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공공노동자들을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의 주범이고, 개혁의 대상인 양 낙인찍어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 것에 대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과정에서 정부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복지를 축소하고 퇴직금을 깎았지만, 공공노동자들의 자존심을 긁어놓고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후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정부가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아쉽다.

그간 공공기관이 돈을 풀거나 추가 투자를 해 경기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부채감축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앞으로 정부가 경제운용을 하는 데 공공부문을 앞세우기는 힘들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새롭게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공공 종사자들의 복지비용을 깎아 놓고 국가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먼저 법과 원칙을 훼손하고 몽둥이로 패고, 자르고, 해임하고, 깎는다고 나서는데 누가 버틸 수 있겠는가. 지금은 정부가 완승했다고 보이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새벽도 가까워진다고 본다.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그럴수록 공공노동자들은 더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같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 장본인부터 색출해 처벌하고, 이제부터라도 공공노동자들의 사기진작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길 바란다. 앞으로 노동자들을 비롯한 구성원을 참여시켜서 진짜 정상화를 펼쳐야 할 것이다.

공공노동자를 ‘공공의 적’으로 매도한 정권이 정상인가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노조는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이 돼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노조를 사회의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은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공공기관이 국가의 공적(公敵)으로까지 매도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방만한 면을 가진 기관 한두 곳을 가지고 전체 공공기관의 문제인 것처럼 매도하는 행태에 화가 난다. 결국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사회안전망이 무너지면 국가 위기까지 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 공공기관을 매도한다면 앞으로 정부는 무엇을 가지고 국가를 이끌어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공공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벌이는 것도 단순히 복리후생 얼마를 더 요구하려는 게 아니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얘기하면서도 노동에 있어서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려고 하고, 노조를 사회의 악으로 매도하면서 공공노동자들을 공적으로 만든 것에 대해 분노한다.

정부는 말로는 소통을 말하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기들이 세운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무조건 찍어 누르기를 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지금 이대로라면 정권의 임기가 끝난 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최악이라고 평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말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고 싶다면, 국민과 소통하고 진실을 밝히는 정부가 돼야 한다.

단협해지·낙하산 인사 방만경영 해소대책 아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방만경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노사 간 맺은 단체협약에 담긴 복지와 구조조정 노사협의 등의 내용을 방만경영의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단협을 일방적으로 없앨 것을 종용하면서 수용하지 않은 공공기관은 경영평가 점수를 낮게 줘 성과급을 못 받게 하거나 내년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명백한 노동 3권 침해일 뿐더러, 방만경영을 해소하는 해법도 아니다. 정부는 또 공공기관의 임금과 복지를 공무원에 준해서 실시해야 한다면서 복지가 높은 곳은 낮추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공무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고 있는 공공기관의 처우를 공무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노정 간 협의를 통해 공공기관 부채를 해소할 방안을 같이 모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방만경영과 부채해소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그 기관의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지 않겠나. 노조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같이 개선할 것을 해 나가자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오히려 방만경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낙하산 인사를 계속 내려보내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정부는 규제완화와 의료 민영화, 공공부문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우리 공공노동자들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정부정책을 막아 내는 투쟁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계속 응답하지 않을 경우 10월 더 크게 투쟁하는 조직을 만들어 대응해 나갈 것이다.

공공의료기관 돈벌이 구조조정 위해 방만기관 덮어씌워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정상적인 대책이 아니다.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선정부터가 엉터리다.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에 선정된 부산대병원은 직원연봉이 10개 국립대병원 중 8위다.

직원들은 인력부족률 2위, 비정규직 비율 2위의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정부는 부산대병원을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아무런 납득할 만한 이유도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도 병원측도 복리후생비 공시방법상의 차이로 인해 부산대병원의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아 보일 뿐 실제로는 방만경영과 관계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선정되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공공의료기관 돈벌이 구조조정을 위해 노조 역사가 가장 짧은 부산대병원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기관이 5.9%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을 수익성 중심으로 구조개편하려는 것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단체협약을 개악하지 않으면 국고지원을 중단하고 기관장을 해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노조를 협박하는 부당한 국가폭력이다. 공공성을 지키고 단체협약을 존중하는 것이 정상이고 가짜 정상화 대책을 폐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상적인 대책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