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병수발과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이아무개(24)씨는 올해 4월부터 활동보조는 고사하고 월 20만원의 장애인연금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이었던 그가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의 장애등급재판정에 따라 4급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등급이 하락했지만 이씨는 여전히 혼자서는 식사나 용변처리 등 일상생활을 하지 못한다. 단기기억상실과 치매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장애등급재판정으로 인해 장애등급이 하락해 각종 복지제도에서 배제되는 중증장애인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올해 초 현행 장애등급제를 대체할 종합장애판정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추진단을 구성했지만 장애등급심사를 비롯한 장애등급제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7일 이씨를 비롯한 장애등급 하락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지원대책 마련과 장애등급재심사 중단을 촉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철폐연대는 “보건복지부는 행정논리로 장애등급재판정을 강요해 이씨와 같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장애인연금 등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신청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기존 장애등급을 인정하지 않고 장애등급재판정을 의무화해 아예 서비스 신청을 못하는 장애인도 있다”고 우려했다.

철폐연대는 관계자는 “장애등급심사센터는 피해 장애인들이 정보부족이나 절차상 어려움으로 이의를 제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일부만 구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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