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가짜 정상화’가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임금·고용을 중심으로 한 강제적인 노동조건 개악시도가 정부 경영평가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업장에서 불법과 탈법을 조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A사는 퇴직금 산정기준인 평균임금에서 경영평가성과금을 제외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든, 취업규칙을 개정하든 경영평가성과금을 퇴직금 산정기준에서 제외해야 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받지 않고, 직무계약제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이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은 단체협약이다. 단협에서 경영평가성과금을 평균임금에 산입하도록 정한 사업장의 경우 적어도 그 단협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에게는 단협보다 불리한 노동조건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A사는 교섭대표노조를 구워삶으려 노력한다.

사업장 내에서는 소수노조의 반대투쟁도 진행된다.

“우리 회사에서 지급하고 있는 경영평가성과금은 이미 법원에서 임금이라고 판결을 받은 것이다. 경영평가성과금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면 퇴직금 손실은 물론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최소금액도 불인정될 수 있어 임금손실액이 매우 크다. 노동조건을 개악하는 사측의 요구를 교섭대표노조가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거냐!”

현장이 뒤숭숭하다. A사의 교섭대표노조는 고민에 빠졌다. 다행히 단협을 바꾸는 직권조인은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산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다. A사는 불이익 변경을 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그런데 A사의 교섭대표노조가 뜻밖의 결론을 내렸다. 경영평가성과금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A사의 교섭대표노조는 취업규칙 동의권을 가진 과반수 노조다. 결국 찬반투표는 시작됐다. A사 소수노조는 찬반투표 부결투쟁을 진행했다.

찬반투표는 부결됐다. A사 간부사원을 제외한 조합원들은 찬반투표를 통해 경영평가성과금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취업규칙 변경(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쯤 되면 A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포기해야 한다. 적어도 필자의 상식으로는 그렇다. 정부 방침에 따르고 싶은 경영진의 간절한 마음은 잘 알겠으나, 법률상 유효한 모든 방법을 통해 사실상 경영평가성과금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불가하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사 경영진은 포기를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포기를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A사는 충격적인 다음 대안을 끄집어냈다.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개별동의서명을 받겠다는 것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그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유효하다. 사용자의 개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핵심이다.

A사가 추진하겠다는 직원들의 개별동의서명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직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A사 교섭대표노조의 조합원들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통해 불이익 변경에 반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비밀도 무기명도 보장되지 않는 개별의사 공개방식으로 사측이 내미는 연명부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개별동의서명은 ‘너의 자유로운 의사는 버려라. 누가 동의서명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회사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는 강압이다.

만약 A사가 직원 과반수의 동의서명을 받는다고 치자. 과연 유효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고용노동부는 이런 모든 과정을 알고도, A사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절차상 하자를 시정하도록 지시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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