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 사이렌이 요란스레 울었다. 차가 멈췄고 사람이 섰다. 군용차가 세종로 텅 빈 도로를 내달렸다. 민방위 깃발이 바람에 날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훈련이라고 사전은 풀이했다. 오후 세 시, 농성하던 유민이 아빠가 천막을 나섰다. 청와대를 향했다. 경찰 무전기가 곳곳에서 요란스레 울었다. 구급차가 느릿느릿 걸음 맞춰 따라붙었다. 봉황상 화려한 분수대 앞에 이르러서야 한숨을 잠시 돌렸다. 지팡이에 기대어 먼 곳을 살폈다. 긴 숨 내쉬고 민원실 방향으로 걸었다. 경찰이 재빨랐다. 몸싸움이 한바탕 요란스러웠다. 바짝 마른 김씨가 그 틈에서 자주 휘청거렸다. 신호등 녹색불이 깜박깜박 다급했다. 깃발 앞세운 중국인 관광객들이 시끌벅적, 난리통 그 길을 부지런히 지났다. 어스름 저녁, 광화문광장 농성 천막 앞에 가만히 선 젊은 엄마 눈시울이 붉었다. 품에 안긴 아이가 엄마 눈을 이리저리 살폈다. 4월16일 하루가 또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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