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80일 넘게 45미터 넘는 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폭염과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견디고 있습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의 얼굴은 반쪽이 돼 있었습니다. 농성 때문에 매년 참석하던 어머니 생신 축하 자리에도 못 가고 암 투병 중인 장모님에게도 가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저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23일 희망버스 맞는 차광호와 해고자들

그가 농성을 하는 이유는 회사가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을 내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공격 앞에 굴욕적으로 노동자 운동의 원칙을 저버린 자들에 맞서 민주노조의 원칙을 사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차광호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달 23일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차광호를 응원할 수 있도록 전국 팔방을 뛰어다니느라 얼굴이 검게 그을린 11명의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회사는 이들의 투쟁을 위축시키기 위해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법적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은 변호사인 제 의무입니다.

저는 ‘의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떠한 장애가 있어도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낍니다. 그 이유를 제 자신에게 자문해 봅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함께 힘을 보태 그것을 막아 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을 존경합니다. 이 사회의 진보를 추동하고 억압받는 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진짜 노동자 운동의 명맥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어 나가려는 노동자 투사들에 대한 존경입니다.

노동자 투사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

스타케미칼과 같이 많은 사업장에서 자본의 일방적인 폐업, 그리고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이윤 중심의 탐욕에 찌든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경제모델”의 폐해입니다.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에 맞서고 있습니다.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연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투쟁하는 노동자 투사들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는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들이 하얗게 지새우는 많은 밤들의 원동력입니다.

차광호 동지를 비롯한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동지들의 안녕과 건투를 간절히 빕니다. 언젠가 뿌듯한 마음과 여유 있는 웃음으로 오늘을 회상할 날이 꼭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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