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신규채용 확대와 일부 근속인정을 뼈대로 하는 현대자동차 원·하청 노사의 특별교섭 잠정합의안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합의안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21일과 22일로 예정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결과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고용 확대·경력 일부 인정, 소송 취하해야 가능

19일 금속노조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는 전날 대표들이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도출한 사내하도급 관련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쳐 가결시켰다. 정규직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 두 지회,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가 의견을 모은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와 각종 별도합의서가 효력을 갖게 됐다.

노사합의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말까지 당초 계획보다 500명 늘어난 4천명(2천38명 채용 완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특별고용한다. 사내하청에서 3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은 최소 1년, 최대 4년까지 경력을 인정받는다. 근속수당·연차 등에서 다소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특별고용에서 채용되지 못한 사내하청 직원들은 신규채용이 시작된 2012년 7월 말 이전 입사자에 한해 2016년 이후 공개채용시 일정 비율을 우선 고용하기로 했다. 노사는 또 2010년 이후 발생한 두 지회 해고자 58명은 해당 업체에 재입사하도록 했다. 업체가 폐업한 경우에는 해고되기 전 직종에 인력수요가 있는 업체에 재입사할 수 있다.

대신 전주비정규직지회와 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부당해고 관련 행정소송을 취하해야 한다. 향후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특별고용에 합격하더라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고, 해고자들의 복직도 불가능하다.

원·하청 노사합의에 따르면 이번 교섭에 불참한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특별고용이나 사내하청업체 복직을 원하면 소송 취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대차는 소송을 취하한 조합원들에게 1인당 200만원의 소송비용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반쪽자리 합의 … 1심 선고 이후 혼란 예상

전주비정규직지회와 아산사내하청지회는 특별고용 규모가 500명 늘어났고, 추가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합의안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고용시 경력 일부가 인정돼 호봉뿐 아니라 후생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이 인정한 현대차의 불법파견 책임을 희석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데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해야 특별고용시 경력 인정과 해고자 복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비정규직지회와 아산사내하청지회 일부 조합원들은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다. 울산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합의안이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합의에 반발하는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사내하청 노동자 1천569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선고 결과도 주요 변수다. 선고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내려진다. 적어도 최소 수백여명의 노동자가 승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지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것이고, 회사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울산비정규직지회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패소한 노동자들은 특별고용에 기대를 걸게 되고, 승소하더라도 장기소송이 부담스러운 노동자들이 특별고용에 응할 수 있다. 전주비정규직지회와 아산사내하청지회가 1심 선고를 목전에 두고 서둘러 합의를 도출한 배경에는 소송 장기화나 패소에 따른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법원에서 승소를 경험한 울산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소송에 큰 기대를 걸었고, 그만큼 회사측은 소송에 대한 부담이 컸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합의안에 대한 울산비정규직지회의 반발, 그리고 21·22일 소송 결과에 따라 현대차 불법파견 해결방향을 놓고 당분간 내부 진통과 혼란이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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