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다시 조정이 문제다. 현대차 단체교섭에 관해서 금속노조가 한 조정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문제다. 지난달 31일 금속노조는 2014년도 임금 및 별도 요구안에 대해 6월3일부터 7월31일까지 15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하고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달 11일 주문 1항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5호의 규정에 의한 노동쟁의라고 볼 수 없어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이에 덧붙여 2항에서는 노사는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2012년 9월 노사합의 결과와 대법원의 판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시기 및 범위를 선진 인사관리체계의 틀 속에서 노사 간 협의해 나갈 것을 권고”하며, 3항에서는 “임금교섭에 대해서는 매년 반복되는 불합리한 교섭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은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과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성실히 교섭해 조기 타결에 최선을 다할 것을 권고”한다고 결정했다(중앙2014조정74). 익숙한 노동위원회의 조정 결정이다. 노조법 제2조 제5호에서 노동쟁의는 노사 당사자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하고, 여기서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 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 노동쟁의를 조정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노조법 제55조), 노동쟁의에 관해 조정신청이 있을 때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개시돼서(노조법 제53조)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조법 규정들을 근거로 노동위원회는 조정신청사건이 노동쟁의로 볼 수 있는지를 따져 보고 해당하지 않는다면 조정대상이 아니라며 노사가 성실히 협의하라는 결정, 이른바 행정지도 결정을 한다. 너무 익숙해서 노동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오히려 새롭다.



2. 1997년 3월13일 노조법이 제정되면서 쟁의행위는 노조법상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도록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됐다(제45조 제2항). 그런데 노동위원회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위해 조정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이 조정을 할 대상인 '노동쟁의'가 아니라며 구체적으로 조정결정은 하지 않고 노사 간에 성실히 교섭 내지 협의하라는 결정했다.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된 직후 이런 행정지도 결정이 얼마나 남발됐던가. 1999년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97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신청에 대한 행정지도 67건 중 교섭미진으로 인한 것이 25건을 차지했고, 98년에는 접수된 850건 중 교섭미진으로 인한 행정지도가 214건을 차지했다(경영과 노동 462호, 10면). ‘금속산업연맹 1999년 조정신청 및 조정결과 현황보고’에 의하면 1999년 전반기에 금속산업연맹 산하 노조 중 연맹방침에 따라 교섭권 위임을 결의하고 일제히 조정신청을 한 96개 노조 중에서 77개 노조(80.2%)가, 추가 또는 개별로 조정신청을 한 62개 노조 중 21개 노조(34.4%)가 노동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그 뒤 2000년, 2001년에도 행정지도 결정은 계속됐다. 당시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장이던 나는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 이후에 한 노조의 파업을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노동부가 불법파업이라고 함부로 재단하고 검찰이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한 사건들에 대한 재판에서 수많은 노조간부들을 변호해야 했다. 노동위원회는 갖가지 이유로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노조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를 (1)노사 당사자 간에 (2)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3)결정에 관한 (4)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하고, 이 경우 (4)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 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며, (1)노사 당사자, 즉 노조가 아니거나 사용자가 아닌 정부를 상대로 한 경우, (2)근로조건을 협소하게 파악하고서 노조활동·노동법 개정·구조조정, 심지어 인사권 행사를 요구하는 경우, (3)근로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 이미 체결된 근로조건의 이행을 요구하는 권리분쟁의 경우, (4)노사 간 교섭횟수가 아직 부족하다는 경우 등은 노동쟁의로 볼 수 없다며 노사 간에 성실히 교섭 내지 협의해 보라는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한마디로 쟁의행위가 주체·목적 등에서 정당성이 없다고 노동위원회가 판단해서 하는 결정이 행정지도 결정이었다. 이 결정으로 조정은 심판으로 전락했다. 노사 당사자가 자주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는 노사 당사가가 이를 자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조력해서 쟁의를 가능한 한 예방하며 신속 공정한 해결에 노력해야 하는 것임에도(노조법 제47조 내지 50조) 노동위원회는 이렇게 노조의 쟁의행위를 불법인지 아닌지 '노동쟁의'로 볼 수 있는지 아닌지로 심판했던 것이다. 노조법은 물론 대한민국의 법 어디에서도 노동위원회가 노조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심판하도록 정해 놓지 않았다. 쟁의행위에 앞서 노동위원회에서 정당성을 심판받으라고 대한민국의 법은 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법은 조정은 심판이 아니라고 노동위원회의 조정위원회는 법원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위원회는 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쟁의행위를 심판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위원회가 조정신청이 노동쟁의로 볼 수 없다고 조정신청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하고, 이에 따라 검찰은 불법파업이라며 형사 처벌하겠다가 기소했으며, 법원은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하는 일이 벌어졌다.



3. 조정은 심판이 될 수 없다. 노조법은 조정신청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할 일은 조정이라고 했지 조정신청을 심판이라고 하지 않았으니 노동위원회가 행하는 쟁의행위를 심판하는 일은 심판받아야 했다. 노동위원회가 노동분쟁으로 볼 수 없다며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한 행정지도 결정이 있은 뒤에 한 쟁의행위에 대해 검찰이 조정전치주의를 위반한 불법쟁의라며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하겠다고 기소는 부당한 것이라고 심판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2001년 6월 대법원은 행정지도 결정에 관해 판결했다. 현대차서비스사건에서 대법원은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해 조정절차를 마치거나 조정이 종료되지 않은 채 조정기간이 끝나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노동위원회가 반드시 조정결정을 한 뒤에 쟁의행위를 해야지 그 절차가 정당한 것이 아니다”고 한 후 명확하게 조정신청 이후 조정기간(일반사업장 10일, 공익사업장 15일)이 지나 쟁의행위를 하면 그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2000도2871 판결). 조정신청 이후 노동위원회가 행정지도 결정을 하더라도 조정기간이 지나면 적어도 판례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요소의 하나인 쟁의행위의 절차에서 조정절차는 거친 것으로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로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은 더 이상 쟁의행위를 심판하는 것이 될 수 없었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심판으로서 힘을 잃어 버렸다. 조정이 심판으로 행세할 수가 없게 됐다. 쟁의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조정으로 심판하는 일은 쓸데없는 것이 돼 버렸다.



4. 그 뒤에도 노동위원회는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하지만 행정지도 결정 이후에 한 쟁의행위는 조정전치주의 위반이라며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노동부의 재단, 검찰의 기소는 힘을 잃었다. 행정지도 결정이 파업을 불법으로 심판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2014년 현대차 사건에서 노동위원회는 다시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많은 사업장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현대차 교섭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2014년은 임금교섭인데 임금에 관한 노사교섭은 없었고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노조 요구에 관해 노사교섭이 주로 진행됐다며 노동쟁의로 볼 수 없다고 여러 권고를 덧붙여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노동위원회 조정인지 알 수가 없다. 노사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해 노사가 주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그에 관해서 노조가 조정신청을 했다면 노동위원회의 조정위원회는 그에 관해서 조정안을 제시하는 등으로 최선을 다해서 국가기관으로서 조력해서 쟁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해 줘야 한다. 그것이 쟁의행위에 앞서 거치도록 한 노조법상 조정절차에서 국가기관으로서 할 일이다. 현대차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엉뚱하게도 노조법상 노동쟁의라고 볼 수 없다며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하고서 노사가 주로 교섭해 온 통상임금 문제에 관한 조정의 일은 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등을 검토해서 노사 간 협의해 나가라고 권고했다. 해야 할 조정의 일은 않고 할 일이 아닌 권고의 일을 했다. 통상임금 문제가 2014년 임금교섭의 사항이 아니라고 결정을 했다. 노사교섭을 조정하기는커녕 노사교섭을 파탄 내는 결정을 했다.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이라고 선고했고, 이미 같은 자동차완성사인 한국지엠·쌍용차에서 노사 간에 각각 정기상여금 연간 700%,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합의가 이뤄졌다. 마땅히 통상임금 문제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노사교섭을 통해서 해결해야만 할 문제일 수밖에 없게 됐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단체협약서에서 정하는 사항이라고 해도 현대차 단체협약은 통상임금의 범위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데(제49조 제1항) 대법원 판례 법리의 변경에 따라 기존 단체협약의 미진 등이 발생해서 수정을 위한 보충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제117조)을 통해서 정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통상임금의 범위 문제는 임금교섭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차에서 노사는 그에 관한 교섭을 약 2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진행해 왔다. 현대차에서 노사교섭은 통상임금 문제로 명확한 것이었다. 앞으로 진행될 노조의 쟁의행위도 통상임금의 문제로 명확할 것이다. 그러니 현대차 조정신청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일은 명확했다. 노조가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구제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조정신청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 노동위원회는 조정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조정을 해야 할 때 심판을 하는 노동위원회라면 그 존재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다. 조정은 심판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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