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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현실의 간극김경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제주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 김경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제주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따르릉~ 따르릉~”

“민주노총입니다! 상담이요? 아,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요?”

다른 일상적인 법률 관련 상담전화보다 훨씬 더 긴장해서 통화하게 되는 노조 결성에 대한 상담전화가 걸려 왔다.

사업장 개요·고용형태·근속연수·가입자수·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에는 직접 만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며 시간·장소를 정하고 통화를 종료한다.

법률상으로 노조를 만드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2인 이상 노동자가 모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절차를 밟아 관할 행정관청에 신고하면 끝이다. 굳이 노조법상 절차를 거쳐 노조를 창립하지 않더라도, 사업장 특성에 따라 산별노조를 선택해 개별적으로 가입하면 되니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이 노조 가입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하나의 사업장에서 노조가 생기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르고 있는가.

지난해 제주한라대는 교직원에게 적용하던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했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의 동의를 얻거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전체 대상자 중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에 제주한라대 구성원들은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하고, 지난해 3월 조합원 64명이 모여 전국대학노조 제주한라대지부를 창립했다. 지부가 창립된 뒤 지난 1년간 재단은 끊임없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재단은 기업별 노조를 만들어 대학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조합원에 대해 무분별한 불이익 처우를 하고 있다. 현재 지부장 부당해고와 정규직 조합원 4명 부당전보, 계약직 조합원 2명 부당해고, 그 밖의 부당강등에 대해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구제절차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대다수 조합원들이 지난해 인사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재단측의 무분별한 노조탄압 행위는 하나씩 파헤쳐지고 있다. 행정법원은 대학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했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지부장 해고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나면서 조합원은 64명에서 14명으로 감소했다.

헌법 제33조는 모든 노동자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의 노동 3권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에서는 부당노동행위 금지조항과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노조 가입에 관한 상담전화가 긴장되는 이유는 법과 현실의 간극을 설명하기가 참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상담전화가 오면 나는 “노조를 만드는 권리는 가장 높은 법인 헌법에서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게 되죠”라고 말하면서도 “노조를 만들면 회사에서는 즉각 탄압이 들어올 겁니다. 그런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걸 우리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노조를 준비하려고 온 내담자에게 탐정이 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제주지역에서는 제주한라대지부의 투쟁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재벌인 한라재단에 맞서 끝까지 노조를 지켜 내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다른 자본가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부 조합원 14명은 승리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행동하고 있다. 지부가 어떻게 법과 현실의 간격을 좁혀 나가는지에 대해 매일노동뉴스 독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부탁드린다.

김경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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