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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병들어 죽은 돼지만 먹었다"고용허가제 10년 맞아 이주노동자 열악한 노동실태 증언 … “노동 3권 보장 시급”
▲ 배혜정 기자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돼지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소팟(27)씨는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단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는 근로계약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일은 오전 6시에 시작했지만 퇴근시간은 대중이 없었다. 밤 9시까지 일하는 날도 비일비재했다. 장시간 노동에도 월급통장에는 계약서대로 110만원만 찍혔다. 그마저도 제 날짜에 받은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병에 걸려 죽은 돼지는 이주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소팟씨는 "병에 걸려 죽은 돼지가 있을 때 사장이 우리에게 강제로 먹게 했다"며 "거의 1년 동안 병에 걸려 죽은 돼지만 먹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17일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10년을 맞아 이주정책포럼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고용허가제 10년 평가대회-이주노동자 차별과 무권리의 고용허가제 10년을 말한다'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주정책포럼은 이주공동행동·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이주인권연대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증언한 한국의 노동현장은 인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팟씨처럼 농축수산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특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논산에서 농업일을 하는 한 여성외국인 노동자가 몰래 촬영한 영상에는 "확 죽여 버릴까 보다", "개△△야"라고 폭언하는 사업주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제조업이나 건설업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았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 로선(24)씨는 "공휴일이나 일요일에 일을 시켜도 돈을 안 주는 회사들이 많고, 열심히 일해도 사업주가 만족하지 않고 매일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준다"며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이주노동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 비엣(24)씨는 "일하다가 손을 다쳐 장애가 생겼는데도 산재처리가 안 돼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소쳇(25)씨는 "사업주들의 성희롱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친구들이 '한국에 가면 나쁜 사장과 일하고 고생을 많이 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믿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장만 나쁜 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나쁜 것 같다"고 울먹였다.

◇"고용허가제가 차별·학대 조장"=사업주의 횡포가 가능한 것은 고용허가제의 허점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승인하거나 특정사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3년간 최대 3번까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장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에는 1년 단위로 계약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3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이 노예 같은 강제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돈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사업장 학대 관행은 이주노동자 체류기간 제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5년 이상 기본적 체류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관계법·사회보장법 적용 △차별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 △이주노동자 결사의 자유와 노조 가입 및 결성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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