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합의가 진화하고 있다. 전기·전자업종에서 첫 합의가 나온 이래 최근에는 완성차와 자동차부품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종전보다 통상임금 합의 내용도 나아지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금·단체협약 갱신협상에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통상임금을 포함한 여러 쟁점을 일괄 타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른바 ‘패키지딜 방식’이다.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상여금 750% 가운데 600%가 기본급에 포함됐다. 나머지 150%는 설·추석·여름휴가 상여금으로 전환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여기에는 ‘재직자 요건’이 적용됐다. 확대된 통상임금 적용시기는 8월1일이다. 올해 임금은 4.6% 인상하되 성과급·격려금 지급도 합의했다.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라는 원칙을 적용하되, 총액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셈이다.

여기까지는 타 기업의 통상임금 합의와 유사하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사 합의가 주목받는 것은 근무형태 변경과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시킨 점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오는 2016년부터 ‘8시간+8시간’ 체계로 근무형태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오전조 8.5시간, 야간조 8.5시간’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했다. 또 노사는 노동시간단축으로 줄어든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보전수당(25만원)을 신설했다. 통상임금 확대와 근무형태 변경에 따라 임금체계도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년도 조건없이 60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사는 통상임금·임금체계·근무형태·정년연장 등으로 엉킨 실타래를 한 번에 풀었다. 이런 점은 완성차업계의 통상임금 합의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한국GM과 쌍용자동차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에서 멈춰 섰다. 시급제에서 월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연장은 합의하지 않았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사 합의는 선행사례인 삼성·LG전자 등과 비교된다. 삼성·LG전자도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인상 최소화 또는 동결에 합의했다. 총액인건비 상승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합의안이 마련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년연장도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한라비스테온공조와 삼성·LG전자의 합의안은 공통점이 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사는 3년치 통상임금 미지급수당과 관련해 소송 중이다. 반면 삼성·LG전자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대신 3년치 미지급수당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의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한라비스테온공조의 합의는 그렇지 않았다. 아울러 삼성·LG전자는 통상임금을 확대했더라도 시급제라는 종전의 임금체계를 고수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와 유사한 일괄 타결방식이더라도 삼성·LG전자는 반쪽 합의를 한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초과근로를 억제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은 셈이다.

이제 시선은 현대·기아차로 쏠리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최대 업체 중 하나다. 비록 현대차의 직서열업체이지만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사의 잠정합의는 현대차 노사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업종에 이어 완성차업계 그리고 자동차부품업까지 통상임금 확대는 대세가 됐다. 이젠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이런 영향권에서 현대·기아차가 비껴갈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쟁점사항은 한라비스테온공조와 유사하다. 통상임금·임금체계·근무형태·정년연장 등의 쟁점을 두고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오는 22일 쟁의행위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노사 모두 파국을 면하기 위해서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러 쟁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식으로 협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상임금 확대뿐 아니라 근무형태 변경과 연동된 임금체계 개편까지 합의를 이뤄내는 방식이어야 한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사례는 그런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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