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부가 지난 6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경제정책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핵심을 이루는 3대 패키지 세제는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론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담론으로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정하게 노선의 변화를 취하고자 하는 것인지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냉담한 분석들이 곧바로 뒤를 잇고 있다. 기업의 임금 증가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의 입장에서 유인이 발생하지 않아 실효가 없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주식을 대량으로 소유한 극소수 자산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절대다수 보통 사람들에게는 소득증대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의 배당이윤만을 증가시킬 세제개편이 도대체 어떻게 일반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확대함으로써 내수를 진작하고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면, 세제개편보다 훨씬 확실한 방법이 있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임금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소득 증가의 소비 상승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 전략의 관심사는 노동시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를 향해야 한다.

결국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 답이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2015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급 5천580원으로 최종 고시했다. 올해보다 7.1%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해에 이어 7% 수준의 인상이 박근혜 정부가 가진 입장으로 확인됐다.

재계는 중소기업의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인건비 폭탄’을 걱정하고 있는 그들의 논거는 주로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의 최저임금 인상 추이를 분석해 보면 사실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의 최저임금 인상 폭이 너무 낮았을 뿐이다. 그리고 최저임금만 주고 5인 이하 인원을 고용하는 소규모 사업체들이 이 정도 소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선동에 가깝다. 중소·영세업체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 때문이다.

한편 노동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가장 불안정하고 취약한 상태에서 일하는 이들일수록 근로기준 보호와 최저임금 적용의 사각지대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단기간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청소년 노동자들은 대표적인 최저임금 노동의 당사자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시즌을 맞이해 정부가 진행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점검 대상업체 364곳에서 위반사례 185건이 적발됐다. 근로조건 명시 위반부터 최저임금 지급 위반까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들이다.

청소년 노동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패키지로 내놓은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얼마 안 되는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200만명을 넘어서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은 저임금 노동자·최저임금 당사자들의 임금소득을 늘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만큼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노동법 집행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소득주도 성장의 새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은 노동현장의 ‘정의’를 세우는 것부터 실현하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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