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길 위의 신부’인 문정현<사진>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대해 “방문보다 방문 이후가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가난한 자의 벗’으로 칭송되며 세계인의 신망과 애정을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천주교에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매일노동뉴스>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정현 신부를 만났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중요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에 국민 모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다. 교황의 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강정·밀양 등에 대한 교황의 메시지를 기대하고 있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미사를 통해 고통 받는 사람의 편에 서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그렇다고 교황 말씀이 만사형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황 방문 이후다. 교황의 말씀을 고스란히 천주교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교황의 말씀을 통해 교회가 더 아래로 내려가고, 고통 받는 사람과 소외받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천주교가 (교황 방문으로) 엄청난 숙제를 떠안는 셈이다.”

- 교황 방문 이후 천주교의 변화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회의적이다. 교황의 말씀을 받아 행동하는 것은 교회의 몫이다. 교회의 으뜸인 지도자의 가르침이다. 교황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성직자가 많아져야 한다. 교황 방문을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높아지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교황을 모독하는 행위다.”

- 교황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부는 교황의 방문을 국격을 높이는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황이 방문기간 동안 한 말씀을 한국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방문은 무의미하다. 교황 방문은 한국 정부에도 숙제를 남길 것이다. (우리 사회) 저변으로 밀려난 사람을 어떻게 보듬을지 방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교황이 방문기간 동안 전달한 메시지가 정부와 천주교에 숙제로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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