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코레일이 위험하다. 최근 3개월 사이에만 십여 건의 크고 작은 철도사고가 발생했다.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

코레일 내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조합원 해고·징계, 손배·가압류, 강제전출, 구조조정 등 지난해 말 파업 종료 뒤에도 노조탄압 논란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파업 이후 해고자만 149명, 중징계자는 452명이나 된다.

노사 간 반목과 갈등의 뿌리가 깊어지면서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자칭 코레일의 '어머니'인 최연혜 사장은 '자식들'에게만 종주먹을 들이대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우리 어머니 좀 말려 달라"는 조소 어린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최 사장과 갈등의 대척점에 서 있는 김명환(49·사진) 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사 간 접점을 찾고 싶은데 회사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조는 이달 말까지 타협점이 생기지 않을 경우 경영진 퇴진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 최근 문곡역 사고를 비롯해 철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열차사고의 가장 안 좋은 예가 정면충돌 사고다. 문곡역 사고는 십수 년 만에 벌어진 정면충돌 사고인 데다 사망자까지 생긴, 있어선 안 될 사고였다."

- 문곡역 사고 원인에 대해 노사가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의 사기와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 거기다 1인 승무의 위험성은 그대로다. 안전측선도 없었고 열차 감시원이나 역의 운행을 확인할 사람도 없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장 안 좋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다."

- 코레일은 기관사 개인의 과실이라는 입장이다.

"기관사 과실이라는 부분을 반박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기관사는 20년 넘게 2인 승무로 무궁화호 열차를 운전하던 분이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무궁화호 열차와는 차원이 다른 열차다. 20년 동안 운전해 온 패턴이 아닌 전혀 다른 패턴의 차량을 운전한 거다. 그런데 기관사가 새로운 열차에 투입되기 전에 교육을 얼마나 받았나 살펴보니 왕복 4번뿐이었다. 총 8회 견습운전을 하고 새로운 열차를 탄 것이다. 20년 동안 자기가 운행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차량을 시범운행 8번 만에 운전하게 되면 긴장으로 인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기관사의 실수 한 번에 가장 안 좋은 사망사고까지 이어진 철도 시스템이다. 즉 기관사가 실수를 하더라도, 기관사의 실수나 부주의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이중 삼중의 장치가 없다. 언제든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코레일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컨대 직원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러면 회사는 '생명존중선언'이라며 '나는 자살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지를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인다. 직원들이 결심만 하고 정신만 바짝 차리면 모든 게 잘되는 것인 양 땜질 처방에 급급한 것이다.

물론 시스템이 아무리 후지더라도 직원들이 사기가 높아 고도의 집중력과 역량을 100% 발휘하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지금 코레일을 둘러싼 환경을 보라.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환경인가. 옆에 있는 동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해고되거나 중징계를 받고 있는데 사업장 분위기가 좋을 리 있겠나.

게다가 사고가 나면 직원들만 때려잡는다. 회사가 일말의 책임을 지겠다거나 제도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개선해 보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그저 직원들 불러다 놓고 정신교육이나 시킨다. 이런 건 사고 예방책이 아니다."

-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면 최연혜 사장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데.

"최연혜 사장이 취임하면서 한 얘기가 철도를 잘 안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장을 맡으면 철도의 경영수지를 개선하고 현장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만들 테니 당신들은 일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철도 현실이 그런가. 노조탄압은 물론이고, 직원들 임금을 동결시키면서 경영진 임금은 올렸다. 안전사고가 뻥뻥 터지는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현장 직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 심지어 자신은 '민영화 반대론자'라더니 인천공항철도까지 매각을 결정했다. 최연혜 사장 때문에 철도가 더 망가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최 사장 스스로 노사관계의 최종 책임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여기는 게 문제다. 6~7월에 교섭이 결렬된 것도 회사가 뭔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조합원 징계·해고·강제전출·구조조정에 대해 회사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노조도 일정하게 양보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자신은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하더라. 현찰 주고 어음 받으라는 건데, 그렇게는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 교섭이 중단된 직후부터 대대적인 징계·해고가 잇따랐는데.

"올해 2월25일 파업에 참여했거나 1인 승무·화물열차 출발정비 이관·강제전출 반대투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평조합원들까지 대량 해고됐다. 최근 해고자 수련회를 갔는데 해고자들이 거의 집회 대오 수준이더라. 회사에서 이 정도까지 밀어붙이는데, 우리도 저쪽에(회사에) 뭔가 보여 줘야 하나 싶었다."

- 허준영 전 사장 당시에도 노조탄압이 극심했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노조가 한 것에 비해 탄압이 더 심하다. 사실 허준영 사장 때는 노사 간 충돌이 정말 많았다. 허 사장 취임하는 날부터 몸싸움을 했고, 허 사장이 움직이는 대로 쫓아다녔다. 반면 지금은 노사 간 충돌이랄 게 없다. 그런데도 회사가 당시(허준영 사장 때)의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파업하면 파업 참가자 전원 징계, 지부장 이상은 해고한다는 방침은 허 사장 때부터 적용된 거였다. 지금 최 사장이 그때의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조가 한 일에 비해 탄압의 강도가 (허 사장 때보다) 세진 것이다."

- 앞으로 노조의 계획은 뭔가.

"8월 중하순까지는 철도안전과 노조탄압 문제를 들고 집회·농성·거리 선전전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교섭도 다시 요구해서 노사 간 합의점을 끌어낼 생각이다. 철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임금·복리후생·징계 문제 등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여러 가지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조합원 징계와 탄압으로만 일관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 다음 단계, 즉 조합원들에게 경영진 퇴진 여부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을 것이다."

- 그 시기는 언제로 잡고 있나.

"8월 말로 보고 있다. 8월까지 집중투쟁을 하면서 교섭공간을 열고 매듭을 지어 볼 생각이다. 회사가 노사관계를 풀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아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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